[데스크칼럼] 개입 넘어 간섭하는 정부

입력 2023-07-11 05:00 수정 2023-08-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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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습니다.”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가격 통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 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이 이유다. 기업은 당혹스럽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작은 금융과 통신이다. 올해 2월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은행 돈 잔치를 언급했고,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라며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주류, 라면 등 식품 분야로 범위가 넓어졌다. 추경호 부총리는 2월 국회에서 “세금 올랐다고 주류 가격 그만큼 올려야 되느냐”고 했고, 6월엔 “라면 가격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통신사들은 새 요금제를 내놨다. 기준금리에 맞춰 올랐던 시장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서며, 정책금리와 엇박자 행보다. 라면, 과자, 밀가루 가격이 내렸고 유통사들의 주요 제품값은 동결됐다.

“시장 개입이 과하다”, “시장 논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시장경제가 맞는가?”, “할말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최근 만난 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대다수 기업인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선을 넘었다고 말한다. 고물가 상황에 정부가 가격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다.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소위 관치(官治)의 압박이 시장 ‘개입(介入)’을 넘어 ‘간섭(干涉)’으로 이어지며, 수위가 강해졌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2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인데 정부의 가격 통제는 단기 대책에 불과하단 점이다. 과거에도 물가 관리를 위한 정부의 가격 통제는 두더지 게임이란 지적을 받았다. 단기 효과는 있어도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제품별 가격 결정 요인이 다양한데 정부가 이를 알고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가격 통제로 이윤이 줄면, 투자와 고용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을 옥죄는 방식이다. 정부 간섭에 이의를 제기하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까지 사정 기관이 동원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다. 4월 주류세 인상을 앞두고 가격 인상을 고민하던 업계는 인상을 유보했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류 가격 인상 요인과 시장구조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라면과 밀가루 등 식품업계도 6월 한덕수 국무총리의 “공정위가 제품 담합 가능성 들여다볼 것, 유통 구조도 면밀히 살필 것”이란 발언에 부랴부랴 가격을 내렸다.

정부가 기업의 정상적인 가격 결정 행위를 마치 과도한 이윤 추구와 탐욕으로 몰아가며 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 기업인은 “이렇게 해서 효과가 있겠나?”라고 반문한다.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가격을 올리면 담합했다고 의심하고, 기업들이 고물가에 힘겨워하는 국민을 모른 척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는 정부가 과연 자유와 시장경제를 내세운 정부인가라고 되묻는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간섭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해법을 찾을 때라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새로 선임된 주요 부처 차관급 내정자들에게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했다. 헌법 제9장 제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은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고 ‘자유와 창의 존중’이라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정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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