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가 내돈을 불려주지 않는다” [자본시장 속으로]

입력 2023-05-11 05:00 수정 2023-05-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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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發 주가폭락’에서 얻는 교훈
모르는 데 맡겼다 낭패보기 십상
고평가된 주식 직접 찾아내려면
경제ㆍ산업ㆍ회계 등 깊게 공부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유명 연예인들을 포함한 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더욱이 일임받은 개인의 주식계좌에서 레버리지까지 일으켜 고가에 매수한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빚까지 생긴 투자자도 있다고 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잊힐 만하면 발생하는 이런 주식 투자 관련 피해의 유형이 과거와는 달라서 시장의 충격이 더 큰 듯하다. 그동안은 잘 모르는 소기업의 주가를 단기간에 올렸다가 한 번에 매도해서 빠지는 전략이었다면 이번에는 꾸준히 올랐던 알 만한 기업의 주가가 불과 며칠 만에 폭락한 것이다. 1년 동안 4배 올랐던 주식이 과거 주가로 돌아가는 데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가가 급등할 때야 더없이 좋지만 급락하기 시작하면 이렇게 무섭다.

시장에서는 우량주의 급락이라고 얘기하지만,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이미 고평가된 주식들이었기 때문에 주의를 요구하는 상황임에 분명했다. 예를 들어 삼천리나 서울도시가스 같은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요금 인상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에 주가 급등이 설명될 수는 있다. 그러나 막상 숫자를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삼천리와 서울도시가스는 2022년에 매출액이 각각 54%,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 증가하거나 약간의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정도였다. 그런데도 주가가 4배나 급등하며 수조 원대의 시가총액을 달성했으니 동종업계 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와 비교하면 매우 과도한 수준이었다.

이번에 급등했다가 폭락한 주식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유통주식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선광이라는 기업은 발행주식수가 660만 주인데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주식과 자사주를 제외하면 유통 가능한 주식은 260만 주밖에 안 된다. 다우데이타는 3830만 주를 발행했지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67%나 갖고 있어서 유통되는 주식 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매집 자금 없이 작전세력이 주가를 쉽게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의 소액주주가 수천 명이나 되기 때문에 모든 주주가 단결해서 일절 매도하지 않는 이상 계속된 상승은 어렵다. 특히 이번에 급등했다가 폭락한 기업들의 일부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직접 매각하는 일도 벌어졌기 때문에 수급을 통한 주가 상승은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지주사가 많다는 것이다. 하림지주, 대성홀딩스는 전형적인 지주회사다. 즉 사업을 하지 않고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배당이나 지분법 이익, 상표권 이용 수익 등만 취한다. 다우데이타는 IT 관련 사업을 하지만 매출액은 1899억 원에 불과하고 키움증권이나 다우기술 등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특성을 띠고 있다. 이런 지주회사는 사업하는 일반 기업들보다 밸류에이션이 낮게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사업의 내용과 실적이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데 반해 지주사는 사업을 하지 않고 자회사의 주식만 갖고 있으니 기업가치 평가도 수익가치가 아닌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로만 측정하는데 대개 많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즉 이번 해당 종목들의 사업 내용과 숫자들을 분석하고 동종업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배씩 오를 만한 명분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우상향하는 주식을 바라보고 있으면 계속 올라갈 것 같고, 재력을 뽐내며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면 혹해서 맡겨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투자는 냉정해야 한다. 힘들 게 번 돈을 조금 더 불리기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인데 그렇게 남의 말만 믿고 할 수는 없다.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을 깊게 공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산업, 회계 지식을 꼭 쌓아야 한다. 그게 귀찮고 쉽게 돈을 벌고 싶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맡겼다가 낭패만 볼 수 있다. 리딩방 같은 곳, ‘내가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으니 당신도 벌게 해주겠다’는 SNS나 사이트에 가입했다면 당장 끊기 바란다. 하루에 수십 개씩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문자메시지도 모두 무시하고 스팸 처리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내 돈을 쉽게 불려주지 않는다. 투자는 스스로 공부해가면서 직접 해야 한다.

#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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