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정부주도 '구조조정안' 현실성 있나

입력 2009-04-15 15:00 수정 2009-04-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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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A 제조업체 등 해당기업 '비현실적...정부 의도가 뭔가" 반발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작성한 '주요 업종별 구조조정 방향'이라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업체들끼리 사업교환을 유도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석유화학단지별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화업계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나온 여러 안들을 정리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안"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정부 정책 의도가 궁금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도 "실무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공식 확정된 정부의 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는 업계 전반에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재논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지경부와 유화업계 등에 따르면 지경부는 '2009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둔 지난 1월 '주요 업종별 구조조정 방향'이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업종 등 국내 주요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화업종의 경우 울산과 충남 대산, 전남 여수 등 3개 석유화학단지별로 특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방식은 기업간에 자율적으로 사업을 교환하고 품목을 통하하는 형식이라고 적시했지만, 공급 과잉 품목인 폴리스티렌(PS)의 경우 울산단지 3개 기업과 여수단지 2개 기업을 단지별로 1개 기업으로 통합한다는 구제적인 방안까지 담았다.

또 테레프탈산(TPA)는 울산단지 4개 기업과 대산단지 1개 기업간 자율협의를 통해 총 1~2개 기업으로 줄인다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TPA 제품 시황이 안좋은데다가 중국 정부가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기업간 통폐합이 절실하고 석유화학 기업간 자율적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TPA 부분에서 우선 시작될 것이라는 게 시장 안팎의 전망이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보고서는 정부의 공식적이고 확정된 입장이 아니다"며 "이 가운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만 보고했고 그중 일부가 정책으로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화업계는 사실상 실현이 어려운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시황이 악화됐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라는 것이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지난해 4분기 때만 해도 NCC에 대한 자율 재편과 PS, TPA업체간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올해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황이 좋아져 영업이익이 살아나는 상황에선 사업 정리에 나설 업체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은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던 채권단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던 구조조정을 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NCC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지난해 7월 t당 1100달러를 넘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400달러 대에 맴돌며 원가절감에 한몫하고 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지경부의 안은 장기적인 안"이라며 "석유화학 기업들이 유동성이나 부실이 심화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단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지경부의 안은) 석유화학산업이 중동의 공급물량 증가 등의 문제를 포함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으로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방안에 제시된 PS나 TPA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TPA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이번 정부안을 보면 일본의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과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대기업간 '빅딜'을 연상시킨다"면서 "이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아닐뿐 아니라 이를 수용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여서 논의 가치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TPA 업체 관계자는 "일본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내수를 기반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등 석유화학산업 구조가 다른 만큼, 이를 염두한 정부 정책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당장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현실성이 없어보이지만 중동과 중국의 석유화학시설 가동으로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 다시 위기가 온다"며 "장기적으로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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