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 세게 울어

입력 2022-12-0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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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이 커지려면, 다시 말해 보다 많은 투자자가 보다 많은 자금을 턱턱 내놓게 하려면, 이들의 머릿속에 ‘게임의 룰은 공정하다’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룰이 특정 그룹에만 유리해 본인이 질 게 뻔하다면 누가 그 게임을 하려고 하겠는가. 본격적인 판은 각각의 플레이어가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열린다. 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플레이어일수록 판 돈을 크게 거는 법이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판을 벌이려면 모든 플레이어에게 비슷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 방식은 ‘공정한 룰’이 될 수 있다.

‘공정한 룰’은 거저 얻을 수 없다. 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징검다리 건너기와 유사하다. 일일이 발을 디뎌봐야 징검다리의 유리가 강화 유리인지, 일반 유리인지 알 수 있듯이 규칙을 하나하나 시장에 적용해봐야 그게 공정한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세우는 당국으로서는 시장 내 변수가 너무 많아 이 규칙이 강화 유리인지, 일반 유리인지 즉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또 5년 동안은 강화 유리일지 몰라도 6년 째에는 투자자를 죽이는 일반 유리가 될 수도 있는 게 규칙이고 제도다.

대표적인 예가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은 본래 기업의 부실한 사업부를 떼어내 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올해 초 몇몇 기업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물적분할을 활용했다. 부실한 사업부가 아닌 잘 나가는 사업부를 떼어내 상장시켜 기업 체질 개선은커녕 악화시켰다. 강화 유리였던 제도가 일반 유리가 된 것이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칼바람에 맞서며 국회, 금융위원회 앞 시위에 나섰다. 그러자 정부는 기업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끔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강화 유리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투자자의 눈물 없이 자본시장은 성장하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피를 빨아먹고 자라나는 나무이듯, 자본시장 역시 투자자의 고혈을 빨아먹고 자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다만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크게 또 즉각적으로 낼수록 제도 설계자들이 일반 유리를 강화 유리로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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