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빅스텝에 대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며 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건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물가 안정을 위해 속도감 있는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8%대의 물가상승률을 맞닥뜨렸고, 한국도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미묘하게 틀어졌을 때다. 미국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간 금리 균형이 깨질 수 있어서다.
22일 기준 한국의 기준금리는 1.5%, 미국은 0.75~1.0% 수준이다. 한은이 5월과 7월에 금리를 각각 0.25%씩 인상하고, 연준이 6월과 7월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양국의 금리 상단은 2.0%로 같아진다.
문제는 연준이 6월과 7월 중 한 번이라도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때다. 그렇게 되면 7월 이후 미국의 금리 상단은 2.25%로 한국을 앞지르게 된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6월과 7월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빨라질 우려가 있다. 이미 외국인은 연초 이후 11조799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이달 들어서도 1조 원 넘게 코스피를 팔아치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오는 26일 열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장률이 둔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빅스텝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4월에 이어 5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기 사이클이 점차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미 OECD 경기선행지수상에서 한국 경제가 위축 국면에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