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계곡 살인’ 이은해, 살인죄 적용 어려울 수 있다고?!…법조인들도 의견분분

입력 2022-04-25 17:39 수정 2022-05-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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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19일 구속됐습니다. 이 씨는 내연 관계에 있는 조 씨와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 씨의 남편 A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A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노린 이들이 당시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른바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살인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란?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19일 구속됐다. (연합뉴스)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19일 구속됐다. (연합뉴스)

형법상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계곡에서 피해자를 직접 밀지는 않았지만, 수영을 못하는 A씨가 물에 빠졌는데 이 씨와 조 씨가 마땅히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구조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습니다. 국내에는 위급상황에서 구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마땅히 구조를 해야 할 의무가 인정돼야 합니다. 이를 형법에서는 ‘보증인 의무’라고 부릅니다.

대법원은 1992년 조카 2명과 저수지 근처를 걷다가 조카들이 물에 빠졌는데도 구조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이 모 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삼촌인 피고인에게 조카의 위험 발생을 방지하고 구호해야 할 보증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은해의 경우 A씨와 법적 배우자 관계였기 때문에 보증인 지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조 씨와 공범 이 씨에게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느냐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은 갈립니다.

김한규 변호사는 “피해자의 배우자인 이 모 씨에게는 당연히 구조 의무가 인정된다”며 “조 씨와 이 씨도 함께 놀러 간 일행들이었고 수영에 능숙했다. 또한 다이빙을 강요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구조 의무가 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부부관계였던 이 씨와 달리 조 씨와 공범 이 씨에게는 구조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사 이들에게 구조 의무가 있다고 해도 깜깜해서 구조할 상황이 아니었다거나 열심히 구조하려고 시도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 검찰이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의성’ 입증이 관건

▲14일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발생 장소인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 물놀이 안전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14일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발생 장소인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 물놀이 안전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관건은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1992년 발생한 ‘조카 살인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범행의 고의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조카 1명의 소매를 잡아당겨 빠트린 후 이들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관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와 조 씨는 그동안 보험금을 노리고 A씨에게 복어 피가 섞인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 씨와 조 씨가 계획적으로 윤 씨를 계곡으로 유인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이빙을 권하고 구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변호사는 “사전에 공모한 것이 있느냐를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범도 있고 같이 놀러 간 사람들이 여럿이기 때문에 그들 중 한 사람만 공모에 대해 진술한다면 고의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그가 익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방관했다는 증거가 존재한다면 이는 이 씨와 조 씨가 피해자를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 행위와 다름없는 살인을 했다고 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구조 의무와 미필적 고의가 모두 입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피고인과 주변인들에 대한 진술과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위에 의한 살인죄도 검토”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와 조현수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와 조현수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최근 이 씨와 조 씨의 범행을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변경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에 빠진 A씨를 구하지 않아 사망하도록 방치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의도적으로 A씨를 살해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공범 이 씨와 사건 당시 동행했던 일행의 증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 씨 등을 통해 피해자가 다이빙하는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1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출소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상황입니다.

신 변호사는 “작위에 의한 살인죄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직접 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물에 빠지면 건져주지 않을 생각으로 계속 물에 빠질 것을 강요했다면 충분히 살인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곡 살인 사건의 새로운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며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 씨와 조 씨는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하루빨리 사건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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