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만 내원해 보신제 처방받기만 하면 3~4회 통원치료 받은 것처럼 해서 보험금 청구해 드립니다."
A 브로커 조직(병원홍보회사)은 2019년 4월 여러 병원과 표면적으로는 ‘홍보광고대행계약'으로 가장하고, 실질적으로는 ‘환자알선계약’을 체결, 병원 매출액의 일정 비율(30%)을 알선비로 받았다. A조직 대표는 보험설계사 또는 브로커 관리자들을 통해 ‘다단계 방식’으로 브로커들을 모집하고 브로커들이 환자를 알선토록 했다. 브로커들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약제를 처방받으면서 보험금 청구가 가능토록 해주겠다’라며 환자모집 후 B한의원에 알선했다. B한의원은 보험대상이 되지 않는 고가의 보신제를 처방한 뒤 다른 치료제를 처방한 것처럼 거짓으로 작성했다. 이를 기초로 허위의 보험금청구서류(진료비계산서·세부내역서·통원확인서 등)를 교부해 환자들에게 실손의료보험금을 받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브로커 조직이 개입한 실손보험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소비자 경보는 주의와 경고, 위험 등 3단계로 나뉜다. 의료인과 보험 관계자 등이 개입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보험금을 허위 청구할 경우 보험 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앞선 사례에서 언급한 브로커 조직 및 의료인 등 5명, 환자 653명 총 658명 적발(15억9000만 원) A브로커 조직 대표(징역 2년 8월)ㆍB한의원장(징역 4년) 실형 선고받았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업형 브로커 조직 개입 실손보험 사기의 대표 유형은 총 4가지다. △기업형 브로커 조직의 환자 유인 및 알선에 동조해 금전적 이익을 받는 행위 △다른 환자를 모집해오면 소개비를 주겠다는 잘못된 권유에 응하는 행위 △실손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시술을 받은 후, 보상되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검사 및 수술 시행 일자를 조작하거나 횟수를 부풀리는 행위 등이다.
최근 기업화된 브로커 조직들은 SNS 등에서 합법적인 기업 활동인 것처럼 꾸며 대규모 환자를 불법 모집하고 있다. 평범한 소비자에게 불법 환자 알선을 요구하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한 병원 관계자와 가깝게 알고 지내던 주부 C씨는 병원에 환자를 소개하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불법으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찾아 병원에 소개·알선하던 C씨는 결국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들의 수수료가 최근에 50%까지 치솟았다"며 "이를 이용한 소비자와 병원들로 인해 선의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대상이 아닌 시술을 다른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민 사례도 적발했다. D병원은 2013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내원 환자들에게 비만 치료 주사 또는 예방 접종 주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진료기록부에는 식중독·감기 치료 등으로 기재했으며 해당 항목으로 진료비 영수증도 발급했다.
치료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 진단서를 내주거나 통원 횟수를 부풀린 사례도 많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환자 252명이 받아간 실손보험금은 5억3600만 원에 달했고, D병원은 건보 요양급여 3337만 원을 편취했다.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발급한 D병원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입원 내역이나 수술 일자를 조작한 사례도 문제가 됐다. E병원은 2013년부터 브로커들이 유인·알선해온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줬다. 통원 검사만 받은 환자도 입원한 것으로 꾸몄다. 하루에 동시 수술을 해놓고 이틀에 걸쳐서 각각 수술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고 거짓 진단서를 작성·발급하기도 했다. 이를 주도한 의사와 브로커는 각각 1500만 원과 700만 원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브로커 법인과 병원이 공모한 보험 사기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유관기관과 공조해 조직형 보험 사기 조사 및 적발을 강화하고, 관련 행정제재를 엄정하게 부과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건보공단과 운영 중인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실무협의회'를 확대한다. 동시에 브로커 조직과 연계된 보험설계사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경우 형사처벌과 별도로 등록취소 등 조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현혹되어 보험사기에 연루될 경우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