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현대차, 소형차 경쟁력 키워 '위기 돌파'

입력 2009-02-23 08:43 수정 2009-03-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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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소형차 역량 강화"...소형차 품질 전세계 인정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으로 세계 경제는 지금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불황은 소비재인 자동차의 수요를 격감시키고 미국 빅3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가며 세계 자동차 시장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울렸다.

또한 빅3의 추락으로 팽배해진 자동차업계의 위기의식은 다른 업체들 또한 감산 및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 방안을 모색하게 했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시온네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회견에서 "이번 경기 침체로 결국 대형 업체 6곳(빅6)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것처럼 각 브랜드들은 격변기 속 '생존'에 대해 고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혼돈은 상대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후발업체인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 선진국 판매비중 낮고 소형차 비중 토요타 보다 높아

경제 전반에 걸친 침체로 인한 단기적인 고통은 감수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대차는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선진국 판매 비중은 낮은 편이고, 불황 속 인기차종인 소형차 생산 및 판매 비중은 높은 편이어서 한국차 산업이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에서다.

실제 토요타는 미국 판매비중은 35%인 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판매비중이 20%에 불과하다. 소형차 비중에 있어서도 토요타는 36%에 불과하지만, 현대차그룹은 4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제 1, 2차 석유위기 때 일본 자동차 산업이 소형차종의 자체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난 1973년 당시 토요타의 판매는 32만7000대였으나, 1977년에는 57만7000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혼다 역시 3만

9000대에서 22만4000대로 급증했다.

실제 한국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빅3 위기를 틈타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소형차 개발을 통해 소형차 경쟁력을 높이고 이번 위기를 기업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정목구 회장, "소형차 개발 역량 집중"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소형차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촉발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소형차를 통해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정 회장은 "환경친화적인 차량개발을 통해 미래시장을 선도하고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소형차 개발을 한층 더 강화해 가야 한다"며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신흥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30대 지향의 소형차는 활동성이 강한 젊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해외디자인 센터에서는 현지 실정에 맞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을 당부했다.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욱 살려 전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숨은 뜻이 포함돼 있다.

특히 현지 전략형 디자인과 고객 니즈를 반영한 차량 개발을 통해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도록 주문했다.

◆ 현대차의 소형차 품질 전세계 인정

하지만, 사실 현대차의 소형차 강화 전략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소형차의 품질도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

지난해 8월 제이디파워가 발표하는 자동차 내구품질조사에서 중위권에 머물던 현대차의 내구품질이 전년대비 7단계 상승하며 일반브랜드 중 6위를 기록했다. 신차품질에 이어 내구품질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특히 모델별 평가에서는 베르나가 한국차 최초로 소형차 부문에서 도요타 사이언 Xa를 제치고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소형차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 연이어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의 i시리즈가 중남미에서 극찬을 받았다.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i10과 국내에서 해치백 열풍을 몰고 왔던 i30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2008 올해의 차'와 '2008 올해의 최고 안전한 차'로 각각 선정됐다.

지난해 말 출시된 i20를 포함해 유럽 전략형 모델로 개발된 i시리즈가 인도와 유럽뿐만 아니라 중남미 지역까지도 인기를 끌며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침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한편, 굿모닝신한증권 허민호 연구원은 "글로벌 중소형차 수요 확대는 한 단계 레벨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차급별 연평균성장률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소형차 9.1%, 대형차 0.6%, 유틸리티차 1.0%로 예상되는 등 중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연구원은 "이는 신흥시장의 성장과 선진시장에서의 실용주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중소형차에 강점을 지닌 현대차에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美 빅3 위기, 현대차 수혜전망...소형차, 친환경차 강점, 일본차와의 차별화 시급

지난 17일 GM은 미국 정부에 166억 달러의 추가 구제금융 요청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GM은 이미 유동성 확보를 위해 134억 달러의 긴급 구제 금융을 미 정부로부터 지원 받았으며 추가로 요청한 구제 금융은 오는 2011년까지 경영 정상화 목표를 위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GM은 자구안에서 미 정부의 비용 절감 및 고연비 차량 개발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추가 구제 금융 지원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미 정부가 GM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 미국 내 자동차 판매 회복을 위한 다양한 수요 진작 정책을 펼 것이며 이는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 정부는 친환경차와 소형차의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돼 현대기아차의 수혜가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 정연호 연구원은 "미 정부는 향후 5년간 배출가스 규제와 세제 혜택 등으로 미국 내 소형차 수요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내 소형차 부문에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점은 현대기아차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미 정부의 노력으로 소형차 세그먼트가 성장한다면 현대기아차에는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LIG투자증권 안수웅 리서치센터장은 "GM과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은 과거 일본 업체들처럼 국내업체가 빅3로부터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도마에 오르내리던 현대차의 품질은 이제 많은 부분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안 센터장은 "이제부터는 차별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과거 일본 업체들이 뛰어난 연비와 높은 품질로 빅3와 차별화에 성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것처럼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본차 대신 선택될 수 있는 분명한 차별화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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