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최신에 밀려버린 최근

입력 2021-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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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예전에는 없었던 문명 발달의 고속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드론배달, 민간인 우주여행, 먹는 코로나 치료제 등은 최근 1년 사이에 대두된 신문명이다. 그러나 예전 나의 할머니는 TV 리모컨을 조작하는 것을 끝내 배우지 못하셨다. 지금 나의 어머니는 핸드폰으로 카톡 하는 것을 결국엔 배우지 못하실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변하는 문명의 어디까지 배우고 익히다가 생을 마감할 것인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을 포기할 때 비로소 늙는다는 말을 누군가 했었는데, 현대 사회는 미처 나이 먹을 겨를도 없이 너무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문득 익숙한 듯 손에 쥐어진 핸드폰과 책상에 놓인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새삼 이런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지금 삶의 모습이 정말 나의 몸과 마음에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 어쩌면 또 금방 바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몸과 마음에서 애착을 거부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낯섦과 연이은 불안이 밀려올 때 나는 얼른 현실의 기차에 다시 올라탔다. 그러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이 너무 빠르기만 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는 피로 사회라는 정거장을 지나서 다음은 어떤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수명이 길어진 것은 진화가 아니라 최신 의학기술과 복지의 발달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수천 년 전 조상들의 그것과 그리 다름없는 진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삶의 기쁨과 의미를 추구한다. 결국 그것들은 내 가족과 직장의 동료들과 부대끼면서 만들어내는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너무 빨리 지나치면서 제대로 보지 못한 최근의 풍경이 너무 많다. 최신의 속도에 밀려 최근을 놓치고 미처 최선을 다해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나친 정거장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내가 40년 전 썼던 칫솔은 어딘가에서 썩지 않고 남아 있다는 광고 멘트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예전에는 없었던 이상기후와 코로나 팬데믹,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라는 노랑 신호등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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