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감 따지 맙시다

입력 2021-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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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응급실 외상파트에서 일하던 무렵 나는 캠페인을 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는데, 그 첫 번째가 ‘감 따지 맙시다’였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감 따다 떨어진 사람들이 응급실에 부쩍 늘었다. 가을이 깊어가니, 더 높은 가지에 있는 감만 남아서 그런 걸까. 가을이 깊어질수록 감 따다 떨어지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당시 몇 개월째 시립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달 들어서 감 따다 떨어진 환자분들만 이미 열 분이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119 구급차에 실려 들어오시는 환자분의 모양새만 보아도 ‘아, 감 따다가 떨어지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환자분의 몸 한편에 붙어 있는 낙엽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하고 많은 과일 중에 ‘감’이란 말인가! 가을 과실 중에 감이 좀 유난히 실해서 그런가. 대추니 은행이니 밤이니 하는 애들과는 달리, 가지를 흔들어 떨구면 뭔가 터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지, 그래서 조심조심 가지를 잡고 올라가 또옥 따와야 할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 문제는 보기보다 감나무 가지가 실하지 않다는 건데, 감나무로는 튼튼한 가구를 만든다는 얘기가 없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시의 과실수 중에 감나무가 꽤 흔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도시 구석구석에 꽤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정원에 감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가을마다 빠알간 감을 유혹적으로 뽐내고 있다. 감 따다 생긴 낙상 사고, 이게 만만한 게 절대 아닌데, 타박상에서부터 다발성 골절, 뇌출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고를 보았다. 그래서 나 혼자라도 캠페인을 했다. “가을이 깊어가도 감 따지 맙시다!”

아무 장비 없이 감 따겠다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말리고 볼 일이지만, 굳이 감을 따겠다면 감나무 가지는 절대 밟고 서지 않겠다는 원칙과 저 높은 데 있는 감은 까치 먹으라고 남기겠다는 자비가 꼭 필요하겠다.

나의 두 번째 캠페인은 눈 오는 날이 되면 시작된다. 두 번째는 ‘눈 쌓인 날 새벽기도는 집에서 합시다’인데, 눈길에서 미끄러져 고관절 골절로 수술하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뵙다 보니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이건 전국 성당, 교회, 절 등의 신부님, 목사님, 스님들의 협조도 필요한데, 아무리 새벽잠 없으신 어르신들의 요청이 있어도 눈 쌓인 날의 새벽기도는 건너뛰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하면 좋겠다. 요즘 코로나로 비대면 종교행사가 잘 이뤄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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