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나 맥주 등 술도 자판기로 뽑아 마시는 시대가 열렸다. 최근 주류 자판기 관련 사업이 규제샌드박스에 통과하면서 편의점 업계가 속속 ‘술 자판기’를 들이고 있다. 최저 임금 상승에 무인 편의점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성인 인증이 필요한 주류 판매는 편의점들의 골칫거리였다. 주류 자판기가 안착하면서 점원 없는 편의점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CU(씨유)가 올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주류 무인 자동판매기(이하 주류 자판기)를 강원도 고성의 CU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서 업계 최초로 상용화 한다고 12일 밝혔다. CU는 주류 자판기 실증 특례 업체로 선정된 신세계아이앤씨와 이달 주류 자판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국세청에도 관련 사업 개시를 위한 신청을 마쳤다.
CU의 주류 자판기의 성인 인증은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운영 중인 PASS(패스)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이용한다. 해당 서비스는 나이 등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 모바일에 저장된 QR코드나 바코드 스캔만으로 보다 쉽고 빠르게 신분 확인이 가능하다.
주류 자판기는 일반 자판기, 스마트 냉장고 2가지 모델이 운영된다. 스마트 냉장고의 경우, 성인인증 후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외부에서 별도의 상품 선택 과정 없이 냉장고 안의 물건을 바로 꺼내기만 하면 AI(인공지능) 비젼과 머신러닝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무인 주류자판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패스 앱을 비롯한 추가 인증 수단을 보완하는 단계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르면 8~9월 정식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 역시 주류판매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편의점들이 무인 주류 판매에 서두르는 것은 최근 산업통산자원부가 해당 사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해 이제 일반 소매채널에서 무인으로 주류 판매가 가능해져서다. 지금까지 주류는 판매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 대면으로만 성인인증 후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로 산업부는 페이즈커뮤를 포함한 기업 3곳(신세계아이앤씨, 일월정밀)에 대해 CCTV설치 등 운영 및 관리 조건을 전제로 주류 자동판매기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무인편의점은 갈수록 치솟는 최저 임금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지난 2014년 5210원이던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으로 7000원대를 넘었고, 내년에는 9160원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5년간 상승률은 무려 41.6%에 달한다.
편의점들은 주류 자판기를 무인 편의점에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CU는 현재 총 290여 개의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운영 중이며 GS25도 6월말 기준 430여 점포가 있다. 세븐일레븐의 무인점포 시그니처 매장은 130개에 달하고, 이마트24도 150여 개의 하이브리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5만개에 달하는 편의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 임금이 치솟으며 경영주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류와 담배는 성인 인증 후에나 팔아야해 무인편의점은 학교나 사무실, 공장 등 특수 입지에 제한적이었다”면서 “무인 자판기 도입이 안착되면 점주들이 가져가는 몫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