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전환을 선언한 기아의 K8이 출시됐다. 준대형 세단 K7 후속으로 등장한 새 모델은 차 크기와 편의 장비를 확대해 윗급 K9을 위협할 수준으로 거듭났다.
K8을 비롯해 현대차 그랜저 등 이른바 ‘어퍼 미들 클래스’로 불리는 준대형 세단은 앞으로 더 큰 차체와 더 많은 장비를 담고 등장할 예정이다.
8일 기아는 준대형 세단 K8의 가격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기아의 새 엠블럼을 단 첫 모델이다.
지난달 23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8015대의 수요가 몰렸다. 전날까지 영업일 기준 12일 동안 총 2만4000여 대가 사전계약됐다. 연간 내수 판매목표(8만 대)의 30% 수준이다.
새 모델은 가솔린 2.5와 3.5를 비롯해 LPG 3.5 모델로 제품군을 꾸렸다. 가격은 △2.5 가솔린 3279만~3868만 원 △3.5 가솔린 3618만~4526만 원 △3.5 LPG 3220만~3659만 원 등이다.
K8은 현대차 그랜저는 물론, 동급 수입차와 경쟁한다.
이른바 ‘어퍼 미들 클래스’로 불리는 준대형 세단 시장은 분류상 중형차다. 이 가운데 가장 윗급인 셈이다.
국산차는 K8을 비롯해 현대차 그랜저, 수입차는 가격을 따졌을 때 △폭스바겐 파사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이 경쟁한다.
이들이 속한 중형 및 준대형차 시장은 점진적으로 차 크기와 안전ㆍ편의 장비를 확대하고 있다. 차 크기와 공간이 넉넉한 SUV가 인기를 끌면서 공간을 중요시하는 세단 고객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는 준대형 세단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이들의 윗급, 즉 '엔트리급 대형차'를 개발하는 대신 이들 준대형차의 고객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랜저의 경우 현대차(제네시스 제외)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내수판매 1위 자리를 고수 중인 인기 모델이다.
글로벌 차 시장에서 플래그십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그랜저 윗급에 자리매김할 고급 세단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반면 내수 차 시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랜저 윗급으로 등장했다가 판매 부진으로 서둘러 단종한 현대차 아슬란이 대표적이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는 윗급 새 모델 대신 트림 다양화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랜저나 K7의 윗급 고급차 대신, 더 커지고 고급스러운 새 그랜저 또는 K8을 내놓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B세그먼트 소형 SUV들이 차 크기에 따라 B-급과 B+급으로 나뉜 것과 마찬가지로 그랜저와 K8 등 E세그먼트(준대형차) 시장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며 “그랜저나 K8 윗급의 새 모델 대신,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기존 모델을 중심으로 트림 다양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