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순위에만 몰리는 '이상한' 청약시장

입력 2008-12-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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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요 유입 탓인듯...시장 혼탁 예고탄?

11ㆍ3 대책으로 서울 강남을 제외한 전지역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가운데 서울 지역 청약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대부분 서울지역 공급물량의 경우 순위내 청약을 마감하는 주택형이 늘고 있고 순위 내 청약 마감단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약신청 결과는 이상하다 못해 '괴이'하다. 청약자들이 1, 2순위가 아닌 3순위에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기현상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2월1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도봉역 한양수자인'의 경우 청약접수 결과 109.83㎡에서 단 한 가구만 미달되며 전체 공급량 73가구 중 72가구가 청약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청약자들의 분포다. 이 아파트의 경우 109.69㎡의 경우 17가구가 공급돼 3순위까지 1.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순위와 2순위에서 단 한 명의 청약자도 나오지 않았으나 3순위에서만 서울, 수도권을 포함해 청약자 21명이 몰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109.62㎡도 마찬가지다. 이 주택형 역시 1,2순위에서는 청약률은 제로였으나 3순위에서만 23명이 몰리며 가볍게 청약을 마감했다.

147.32㎡와 151.36㎡도 1,2순위는 청약자가 없었으나 3순위에서 각각 14명과 5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미아뉴타운 두산위브도 한양수자인보다 정도만 약했을 뿐 3순위 청약자 집중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 86.28㎡은 1순위에 2명이 청약했으며 2순위는 청약자가 없었다.

하지만 3순위에서 19명이 몰렸으며 27가구가 공급된 84.94㎡역시 1,2순위에서는 13명이 접수한 반면 3순위는 37명이 몰려들었다.

성북구 돈암동에 한국토지신탁이 공급한 돈암동 코아루 더클래식도 이 같은 3순위 편중 현상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64가구가 공급된 이 아파트 109.83㎡는 1순위에선 단 3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으나 3순위에서는 무려 113명의 청약자가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110.61㎡도 1,2순위에선 3명의 청약자밖에 없었으나 3순위에서 52명이 집중 청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3순위 집중 현상은 11.3대책에서의 분양권 전매 재허용에 따른 투기수요 유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1.3대책에 따라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전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되면서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워졌지만 아울러 '5년내 재당첨 금지'조항도 함께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미분양 이후 선착순 청약을 일컫는 '4순위 청약'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바로 투기과열지구 분양물량에 적용됐던 '재당첨금지' 때문.

3순위는 '주택공급에관한규칙'상 청약통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청약할 수 있지만 3순위 청약도 순위내 청약인 만큼 청약 당첨으로 규정돼 재당첨이 5년간 금지된다.

하지만 이번 11.3대책에 따라 재당첨 금지가 사라지게 되자 전매를 노린 수요들이 대거 3순위 접수를 통해 '침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센터장은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인해 청약1순위 자격제한이 대폭 완화되면서 통장이 없는 투기수요가 3순위 청약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들 분양권 전매 수요가 노리는 물량도 결국 투자가치 면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공급과잉인 만큼 아파트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서울지역 공급 물량이라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분양한 부천시 약대동 두산위브나 인천 서구 오류동 '오류풍림아이원' 등은 모두 저조한 청약실적을 남기는데 머물러 서울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채훈식 센터장은 "잇단 신도시 공급에 따라 수도권 공급물량은 이제 상당부분 메리트를 잃은 상황"이라며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전매를 노리는 투기 수요로 인해 분양시장 다시 활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비정상적 투기수요만 넘쳐난다면 분양시장도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실제 입주할 마음은 없이 계약금만 낸 채 분양권을 단타 매매하려는 투기수요만 분양시장에 모인다면 결국 거품이나 다를 바 없는 프리미엄으로 실수요자들은 더욱 냉랭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양시장을 다시 살리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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