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VW)이 미국 정부에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폭스바겐이 성명을 통해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라인 운영이 SK이노베이션의 분쟁 패소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10일 미국무역위원회(ITC)는 두 배터리 업체의 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판정된 배터리와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을 10년 동안 막고 이미 수입된 품목에는 10년 동안 미국 내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에 있는 폭스바겐 전기차 생산라인에 필요한 배터리를 수입하는 것은 2년 동안 허용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의 전기차 F-150 프로그램을 위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수입하는 것도 4년 동안 허용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공장은 공사가 끝나 시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MEB)에 탑재될 연 2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폭스바겐이 북미 시장에서 판매할 전기차의 전량에 해당한다.
조지아주 공장의 시운전과 공장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이 유예기간 내에 폭스바겐과 포드에 실제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기간은 각각 1년, 2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과 포드 입장에서는 SK가 서둘러 수입금지를 풀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SK와 계약을 종료하고 서둘러 새로운 배터리 공급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12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ITC의 판정 결과를 뒤집어달라고 촉구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 때문에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도 11일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며 합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