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증시 활황에 개미들이 장외 시장으로 몰려든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기업공개(IPO) 공모주 재미를 본 개미들이 비상장 가치주 선점에 나서면서다. 증권가도 풍부한 유동성에 주목하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최적화된 시기라고 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의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24억3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5억3580만 원)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뛴 수준이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하루 평균 거래량은 143만8781주로 전년 동기 대비(71만7875주) 두 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2014년 출범한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으로 중소·벤처기업 현재 135사가 거래되고 있다. 장외시장은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높은 청약 경쟁률로 공모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투자자들이 상장 전에 일찌감치 주식을 사두는 전략으로 우회하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장외시장에 투자자가 몰린 배경엔 ‘SK바이오팜 효과’가 크다. 지난해 주요 IPO 기업들이 상장과 동시에 따상,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쓰면서다. 작년 6월, SK바이오팜을 기점으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역대 최대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으면서 시장은 뜨거워졌다.
지난해 연간거래대금은 1조2766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K-OTC 시장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K-OTC의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17조438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2조7725억 원어치 늘었다. 2015년 이래 최고치다.
K-OTC를 뜨겁게 달군 주역은 역시 개인투자자들이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최근 코스피, 코스닥 시장 모두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면서 “K-OTC도 지난해 기점으로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늘면서 현재 94~95% 수준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음 IPO 타자 역시 몸값도 최고치를 찍고 있다. 올해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고 있다.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6일 170만 원을 돌파한 뒤 지난 14일 182만7500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카카오 3형제’와 SK바이오사이언스(SK케이칼)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이노베이션) 역시 ‘IPO 대어’로 꼽힌다.
한편, 대어를 미리 낚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엔 위험 요소가 크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거래량이 적고 정보 비대칭성도 큰 편이기 때문이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장외주식의 경우, 거래량이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투자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거래 과정에서도 주식, 자금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등 사기 가능성이 있어 K-OTC, 증권사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