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 산업계, 폭풍우 지나면 지도 바뀐다

입력 2008-11-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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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소형 양극화 심화, M&A 활발할듯

건설업계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위기감이 해운과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업종으로 번지면서 산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대 호황을 구가하면서 수출을 주도해온 조선과 해운 업종마저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휘둘릴 처지에 놓이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경제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마저 "국내 금융시장은 내년 말까지 점차 안정을 찾겠지만 실물경기 회복은 최소한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경기 회복 전망도 밝지 않다.

한편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대다수 업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자동차산업처럼 오히려 국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호기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제조사와 협력·유통사 간 양극화는 이번 침체기를 계기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금융위기는 업종을 불문하고 부실이 크고 부채가 많은 중소형 기업들이 주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아직까지 안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국내 선사 상당수 사라질 수도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해상 물동량이 급감, 해운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국내 선사 중 상당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A 해운사 관계자는 "여름만 해도 그 많던 물동량이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현재의 위기감을 표현했다. 중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여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고 각국의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수출입향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해운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C&그룹은 지난달부터 계열사인 C&라인의 선박운항을 중단했다. 또 중견 해운사인 파크로드는 최근 기존 용선계약을 파기하고 선박 운용 권리를 다른 선사에 이양하면서 사실상 해운사업을 중단했다.

또 최근 그리스, 이스라엘의 해운업계 큰 손들이 입국해 국내 해운업체 몇 곳을 대상으로 선박 거래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은행들이 해운업체들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것도 기업들이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해운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선박이 해외에 헐값에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해운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기업 구제에 나설 것"이라며 "그러나 해운업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현재 170여 개사에 달하는 국내 선사 중 상당수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80년대 1차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 정부는 국내 해운사에 대해 7억1600만달러 규모 원리금 상환액 외화대출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115개사에 달하던 국내 선사는 현재 34개로 급감했다.

◆조선업…기업간 양극화 심화

곧 진행될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은 조선경기 회복과 함께 업계 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와 은행권이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불가피한 수순으로 판단함에 따라 선박 주문만 받아놓고 아직 설비투자가 완료되지 않은 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일부 조선소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불안과 신규 수주 급감이 지속되는 한 건조자금 여력이 부족한 일부 중소 조선업체의 경우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2006년 이후 무분별하게 업체 수가 급증한 중소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을 줄이고 과잉투자 현상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선사 등으로부터 수십 척의 선박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직 도크를 완공하지 못하거나 첫 배를 인도하지 못한 서·남해안권 4~5개 중소 조선소가 구조조정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선사로부터 주문받은 선박 건조를 전제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채권단과 대형 조선사들 사이에 '빅 딜'도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B 조선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위약금 등의 문제로 수주받은 선박은 건조, 인도할 수 밖에 없다"며 "선박 건조를 조건으로 워크아웃 채권단과 조선사 간 인수·합병 등의 거래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C 조선사 관계자는 "일부 조선소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대내외 신인도를 감안했을 때 선박 건조를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중소형 조선소 대부분이 벌크선을 제작하는 것을 감안할 경우 업계 판도 변화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해안에 난립한 중소형 조선사는 초대형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분야에서 경쟁력있는 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문제 등으로 인해 쉽게 인수합병에 나설 수 없는 만큼 업계 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D 조선사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이 아직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쉽게 중소형 조선사 입수합병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업계 내 큰 판도변화를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업…유통·협력업체 통폐합될 듯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은 철강업계에의 위기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형 철강업체의 가동중단 등으로 유통·협력업체들의 부도가 현실화되면서 업체 간 통폐합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형 철강업체의 경우 이미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재무구조가 탄탄해 경제침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E 철강업체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호황을 누려오다가 최근 주춤한 상황"이라며 "재고 조정 등을 통해 대형 철강업체는 구조조정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지만 유통과 협력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F 철강업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철강 제조업체들이 부도를 겪으면서 한차례 구조조정이 이뤄진 적이 있다"며 "철강업의 특성상 기간·장치산업인 만큼 쉽게 진입이 어렵지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통 및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포항철강공단에 따르면 포항 4단지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는 주거래 업체의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으면서 현재 채권단 구성을 협의 중에 있다. 또 다른 업체는 채산성 악화에 따른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조만간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 철강업체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력업체와 철강 유통업체들은 이번을 계기로 통폐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동차…지금이 기회

반면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현대·기아차에게 기회라는 것.

고태봉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시장의 판매감소와 고연비·중소형차 선호 등으로 미국과 서유럽 자동차의 판매위축은 불가피하지만 신흥시장 중심의 성장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에게는 위기보다 기회요인이 더 많다"고 밝혔다.

고 애널리스트는 "특히 미국 3대 자동차업체의 경쟁력 약화와 구조조정, 파산관련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면서 자산이 우량한 현대·기아차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내년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 통폐합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기회"라며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도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자금여력이 충분한 곳은 현대·기아차뿐"이라며 "향후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독주체제가 더욱 굳혀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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