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만에 숨진 10대 고등학생의 사인에 대해 “부검 결과를 봐야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독감 백신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추정했다.
엄중식 교수는 20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독감백신은 바이러스가 죽어 있는 형태로 만든 백신(사백신)이기 때문에 사망과 같은 중증의 심각한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 교수는 그러면서도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과관계를 미리 이야기하는 게 편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고인이나 유족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어 부검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2009년에 독감백신을 맞고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서 사망한 사례가 한 번 있다”며 “그런데 이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사망이라기보다는 신경계 질환 증상이 진행하면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악화했던 걸로 돼 있다. 갑자기 이틀 만에 원인이 불분명하게 사망한 사례와 다른 경우”라고 했다.
상온 노출 백신의 변질 가능성에 대해선 “유통이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백신이 변질한다고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중증의 이상 반응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백신 안에 있는 물질들이 대부분 항원 단백질이나 아니면 보존제 등이기 때문”이라며 “이것들이 대부분 소량으로 있어서 사망사례까지 가는 경우는 너무 드물다"고 답변했다.
올해 독감백신 접종 뒤에 신고된 이상 반응이 353건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여러 가지 국소적 부작용, 접종부위가 붓고 통증 있는 간단한 부작용부터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걸 보면 대부분이 국소적인 그런 부작용이고, 전신부작용이 발열과 같은 열이 나는 부작용이 있긴 있지만 대부분 경미하거나 아니면 짧은 시간 내 회복된 부작용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답했다.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실제로 이상 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접종률이 떨어지거나 접종이 지연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여러 가지 역학적 상황이나 심각한 이상 반응의 발생 사례를 보면 이번 사례도 백신과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백신 접종을 중단하거나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