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맹무상(群盲撫象)'식 부동산 정책

입력 2020-09-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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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왕이 여럿의 맹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게 한 뒤 무엇인지 묻는다. 배를 만진 장님은 바람벽이라 하고, 다리를 만진 장님은 기둥이라고 대답한다. 군맹무상(群盲撫象). 사물이나 현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주관과 좁은 소견으로 그릇되게 판단함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래 세기도 어려울 정도의 숱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올들어 나온 대책 중 굵직한 것만 골라도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강화한 2·20 대책, 갭투자 방지와 수도권 전역 규제지역 편입을 골자로 한 6·17 대책,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담은 7·10 대책, 수도권 공급 대책인 8·4 대책까지. 이달에 나온 사전청약제도 공급안까지 포함하면 6월부터 대책은 거의 매달 쏟아졌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쉴 새 없이 내놓는 건 어디까지나 시장 안정 때문이다. 그 선한 의도를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대책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과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외부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이 파다하다. 임대차법 통과 과정도 그랬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기존의 관행을 뒤엎는, 대수술과 다름없는데도 충분한 논의와 숙의 없이 통과되다보니 전세시장 곳곳이 매물 부족과 임대·임차인 간 분쟁에 시끄럽다. 부동산 정책을 사전에 심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도 이미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많다. 그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시할 것 같던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유독 폐쇄성을 띠는 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현 정부 들어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정책 효과에 집값 상승세가 멈췄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3년간 서울 집값이 50% 넘게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커도 너무 큰 간극이다. 눈앞에서 치솟는 집값을 봐온 서민들은 정부의 입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다.

정부가 수많은 목소리와 통계에 모쪼록 귀와 눈을 열어야 군맹무상과 규제의 역설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엔 아직도 2년의 임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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