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멀티 페르소나’의 연장선, ‘본캐’ 뛰어 넘는 ‘부캐’ 신드롬

입력 2020-08-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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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데뷰월드와이드 대표

올여름 ‘부캐’ 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쓰듯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멀티 페르소나’를 매개로 한 ‘부캐’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지루할 틈을 보이면 바로 관심을 꺼버리는 요즘 세대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필자가 청년들을 위한 퍼스널브랜딩 플랫폼 ‘나나나’를 운영하며 만나온 20대 초중반 Z세대들은 남들은 알지 못하는 본인의 숨겨진 면을 보여주고 타인의 새로운 정체성에 관심갖는 것을 좋아했다. 이에 사회 각 분야에서 MZ세대들을 겨냥, 제 2의 자아 표출인 ‘부캐’를 적극 활용하며 그야말로 ‘부캐’ 열풍이 일고 있다.

‘부캐’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건 신인 트롯 가수 ‘유산슬’의 등장부터다. MBC 예능 ‘놀면뭐하니?’의 프로젝트를 통해 앨범을 내고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약하더니 심지어 ‘유산슬’로 신인상까지 휩쓸었다. 방송 경력 29년인 ‘본캐’ 유재석이 ‘부캐’인 ‘유산슬’로 자칫 한계를 보일 뻔 했던 기존 이미지를 새로운 캐릭터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부캐’는 예능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캐릭터들로 확산되고 있다. tvN 예능 ‘온앤오프’는 연예인들이 평상시에는 꾸밈없는 모습으로 일반인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여주며 ‘나다움’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화제가 됐다.

‘부캐’는 익숙한 이미지에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해 신선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인 양 행동하며, 시청자들 역시 ‘부캐’의 본 모습을 알고 있지만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혼성 댄스 그룹 ‘싹쓰리’ 멤버인 린다G(이효리)와 유두래곤(유재석), 비룡(비, 정지훈)이 대표적이다. 필자 역시 각 분야의 아이콘 셋이 모여 만든 ‘부캐’의 시너지 파워를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신영의 ‘부캐’인 ‘둘째 이모 김다비’는 본캐를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캐’의 범위는 더욱 더 확장돼 브랜드와 소비자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SNS를 통해 ‘부캐’를 활용한 홍보로 주목을 받았던 것은 올해 4월에 종영한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김혜수가 연기했던 변호사 정금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시청자들 역시 정금자를 실존 인물처럼 대하며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다. 강렬한 상쾌함으로 여름 대표 음료로 자리잡은 스프라이트는 ‘네 안의 모든 너, 거침없이 터트려버려’라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진행했다. MZ세대 아티스트 청하를 모델로 발탁, 상쾌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Be Yourself’ 콜라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누적 220만 뷰를 넘겼다. 틱톡 유저들은 스프라이트의 탄산이 터지는 영상에 맞춰 각자의 본캐와 부캐를 직접 입력해 터트리는 모션을 취하기도 했다. SNS에서 여러 계정을 개설해 ‘멀티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일이 자연스러운 MZ세대 흐름에 맞춰 판플레이를 유도해 브랜드만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이러한 ‘부캐’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더 확장돼 다중 정체성에 익숙한 그들에게 잠시 스쳐가는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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