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출생등록될 권리 첫 인정…“'사랑이법’ 범위 넓게 해석해야”

입력 2020-06-09 16:17 수정 2020-06-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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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화하는 이른바 ‘사랑이법’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출생등록될 권리를 처음 인정하면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의료ㆍ교육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 씨의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9일 밝혔다.

2013년 귀화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A 씨는 2018년 사실혼 관계인 중국인 여성 B 씨 사이에서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B 씨의 여권갱신이 불허되는 등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지 못하면서 자녀의 출생등록이 거부됐다.

이에 A 씨는 2015년 신설된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사랑이법)에 따라 친생자출생 신고를 하기 위해 가정법원에 신청했다.

사랑이법은 엄마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아빠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엄마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출산 후 잠적해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 아빠가 단독으로 혼인 외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부자 관계가 확정될 수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대체로 이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해 좁게 적용해 왔다.

이 사건 1심도 “B 씨가 외국인이지만 출생증명서에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이 기재돼 있기 때문에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모의 소재불명,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이 사건과 같이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하급심에서 ‘사랑이법’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 판결로 미혼부가 가정법원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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