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 한강변에 들어선 미성아파트가 재건축 첫 걸음인 정밀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한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풍납동 미성아파트는 내달 주민 간 합의를 거친 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예치금 모금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약 반 년만이다.
정밀안전진단 용역 비용은 약 1억4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건축 의향 조사에서 전체 주민의 90%가 찬성 의사를 보인 만큼 예치금 모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성아파트는 275가구 규모로 지난 1985년에 준공됐다.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들어서 재건축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한 때 주목받았지만 예상 추가 분담금이 많이 나오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풍납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한강변에 위치한데다 잠실이 가깝고 지하철 5, 8호선이 모두 통과하는 곳인데도 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개발이 사실상 멈춰섰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인 송파구에 속해 있으면서도 주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다.
그러나 미성아파트가 위치한 풍납4권역은 백제문화 유물이 이미 유실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주민들 사이에선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특히 미성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사업에 적극 나서게 된 데는 인근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옛 풍납 우성아파트) 입주가 자극제가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잠올아'로 불리는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미성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지만 재건축을 통해 지난해 말 입주한 단지다. 미성아파트 전용면적 63㎡형은 지난해 10월 최고 7억 원에 실거래된 뒤 최근 시세는 약 8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반면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전용 59㎡형의 최근 시세는 최고 15억2000만 원에 달한다.
다만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이제 막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 놓인 아파트 단지들은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재건축 규제가 워낙 많아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특히 정부가 정밀안전진단 평가 방식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높인 건 그만큼 기술적인 부분으로 재건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어서 안전상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지금보다 더 장기적으로 보고 재건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