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록 행진에 크게 기여한 ‘시총 1조 달러 클럽’ 기업들에 극찬을 쏟아냈다. 같은 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들 기업들을 상대로 한 반독점 조사의 보폭을 늘렸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144일간 증시가 역사를 다시 썼다”고 운을 뗀 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아마존이 1조 달러 클럽”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MAGA가 있다”고 강조했다.
‘MAGA’는 MS·애플(Apple)·구글(Google)·아마존(Amazon)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미국의 대표 기술주를 지칭할 때 쓰인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와 일치한다.
트럼프가 MAGA를 자랑하고 나선 데는 이들이 미 증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다. 미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이 ‘S&P5’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MAGA에 페이스북을 더한 5개사의 시가총액은 11일 기준으로 총 4조 달러(약 4710조 원)에 육박한다. 이는 S&P500 기업 전체 시총의 약 20%에 해당한다. 존 페트리데스 토크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S&P500에서 특정 부문이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MAGA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5200억 달러 불어났다. 아마존, 알파벳, MS 주가는 이날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날아올랐다.
트럼프는 “이들 ‘MAGA’가 미국을 ‘MAGA’로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장 강세장에 들어선 미국 주식시장 호황을 자신의 치적으로 은근슬쩍 홍보했다. 미 증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9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호황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트럼프가 MAGA에 ‘엄지 척’을 날린 이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들의 과거 인수·합병(M&A) 캐기에 나섰다. FTC는 MAGA+페이스북 등 미국 5대 주요 기술 기업에 과거 M&A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체결한 M&A의 조건, 목적, 전략에 대한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특히 규모가 작아 연방 당국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던 거래가 타깃이다. 잠재적 경쟁자인 소규모 기업을 사들여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을 방해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조 시몬스 FTC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인수 전략 및 의사결정 과정, 인수 후 통합 절차 등을 따져볼 예정”이라면서 “검토 결과, 문제가 있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고 회사 분할 요구 등 모든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에서는 MAGA를 치켜세우면서도 뒤로는 ‘IT 공룡’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FTC는 물론 법무부까지 나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거세지는 전방위 압박에 성장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진 만큼 MAGA로서는 트럼프의 이날 칭찬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