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우대금리’의 함정

입력 2020-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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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인파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도 발생하고 있다. 공연이나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해외여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에도 사람들이 몰려든 곳이 있었다. 바로 하나은행 영업점이다.

KEB하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출시한 최고금리 연 5.01%의 ‘하나더적금’ 때문이다. 월 10만~30만 원까지 적금을 붓는 1년짜리 정액 적립식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3.56%에 온라인 채널로 가입하면 연 0.2%, 하나은행 입출금 통장에 자동이체를 등록하면 연 1.25%를 더해 최고 연 5.01%를 준다.

3~5일 사흘간 한정판매한 이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계좌가 없거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까먹은 고객들이 지점으로 몰렸다. 가입자가 폭주하면서 앱이 정상 가동되지 않자 지점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상품은 월 30만 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일반과세 기준 세후 만기이자는 8만2650원이다.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 예적금 이자율이 1~2% 안팎인데, 연 5%의 적금이 나오자 이자 8만 원에도 136만여 명이 몰리며 대박을 친 것이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전염 공포를 이겼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 등 고위험 투자상품과 관련된 문제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앞으로도 고금리 특판이 나올 때마다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가 고객 1000만 명 달성을 기념해 내놓은 5% 금리의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도 ‘1초’ 만에 완판됐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터져 경기둔화와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적은 돈이라도 굴리고 모으려고 높은 이자를 찾아 거래 은행을 옮기는 ‘금리 노마드 족’이 늘고 있다.

하지만 상품을 살펴보면 우대금리 요건 제약이 많아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 특판을 미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상술이라는 것이다. 돈을 모으는 입장에서는 작은 혜택이라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유리하지만 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급여 이체나 카드사용 실적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금리가 높아 보이지만 대부분 확정형은 아니다. 최대 5%라면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 3% 식이다. 캐시백이나 포인트를 합쳐야 보장되는 경우도 있다. 월 납입금액도 대부분 월 30만 원 이하다. 월 최대 납입금액이 10만 원인 상품의 금리가 2%일 때와 4%일 때 1년 뒤 이자 차이는 1만 원 수준이다. 이벤트 적금의 경우 대부분 가입 기간도 최대 1년까지다. 이렇다 보니 금리만 보고 가입했다가 만기 때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특판 이벤트는 가입자 확보와 홍보를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이다. 무리하게 가입하기보다는 조건에 따른 우대금리와 납입금액, 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p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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