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대책 건설업계 양극화 부르나

입력 2008-09-23 08:35 수정 2008-09-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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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차려준 재건축, 재개발 '밥상'대형건설사 독식

중견건설사들 보금자리주택 시공 전문업체 전락 위기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발표된 9.19부동산 대책의 요지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대변되는 주택공급 확대에 있다.

이번 대책은 그간 규제 일변도로 움직였던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대책과 대비되는 이른바 '열탕'정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택공급시장을 정부가 장악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보다 더 강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서 향후 10년간 300만 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의 1/3규모인 100만 가구를 중소형 주택으로 서민층에게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간 주택공급량을 공급처별로 살펴보면 민간이 약 65%가량을 담당했으며, 공공은 임대아파트를 포함, 35%가량의 공급량을 맡았다. 즉 이대로라면 공공과 민간의 주택공급 규모 격차는 여전히 유사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민간 건설업체들이 자체개발 의지가 사실상 사라졌고, 재건축, 재개발을 제외하면 뉴타운지정과 그린벨트 해제지, 신도시 등 택지 공급을 모두 정부가 '움켜잡고' 있는 만큼 공공의 주택공급 장악력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9.19대책에서의 주택공급 공공 장악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운명'도 9.19대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삼성, GS, 대우, 현대, 현대산업개발, SK, 포스코, 롯데 등 9대 대형 브랜드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 도급 사업을 독식할 것으로 예측되며, 그 외의 업체들은 자체사업이나 보금자리주택 시공권 등으로 사업 방향을 수정해나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대형건설업체과 중소형 업체간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현재 재건축, 재개발 등 조합 도급사업의 경우 대형업체들의 '독식'은 독점상태를 방불케한다.

예로 강남지역 재건축 수주 시공사를 살펴보면 강남구는 전체 25개 시공사 선정 재건축 단지 중 이들 9대 건설사는 24곳에서 시공권을 따냈으며, 서초구에서도 전체 20곳 중 19개 사업장을, 그리고 송파구는 5개 사업 모두를 싹쓸이 했다.

이는 재개발에서도 다소 완화될 뿐 예외는 아니다.

재개발사업에서는 동대문구, 성북구, 은평구 등 재개발사업이 활발한 곳에서는 9개 건설사가 각각 16곳 중 11곳, 17곳 중 12곳, 그리고 19곳 중 16곳에서 시공권을 획득했다.

이중 강남 재건축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성동구의 경우 전체 14개 사업장 중 13곳을, 그리고 마포구도 10개 사업장 중 8곳을 대형 건설사가 쓸어 담았다.

이들 9개 대형 건설사들은 향후에도 주택사업 방향을 도급사업 확대로 잡고 있는 만큼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해지더라도 결국 9대 대형업체들의 각축장이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체사업이나 택지지구 사업의 경우 분양 가구가 많은 만큼 현재와 같은 주택공급 과잉 시기에는 미분양이 불가피하며, 미분양은 곧 애써 가꾼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도 적쟎은 영향을 준다"며 "어차피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 따라 수익 극대화가 어려워진 만큼 안정적인 도급사업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의 고충은 더욱 심해지면 심해지지 완화되지는 않는다. 중견건설사들은 서울이나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서는 이렇다할 사업장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중견업체들은 택지지구 협의양도인 택지 분양으로 적쟎은 분양 수익을 올린 것이 사실. 하지만 협의양도인 택지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택지지구 사업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기 어려우며 그나마 서울 도심 재개발, 재건축과 서울 근교 보금자리 주택이 공급될 경우 사업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2006년 들어 중견건설업체들은 경기도 안성, 평택, 충남 천안 등 비인기 주거지역에서만 사업장을 얻고 있는 실정"이라며 "도시 외곽 택지지구가 별다른 사업성이 없는 만큼 결국 자칫 '주공아파트' 시공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하소연 했다.

주택건설 전문업체들이나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 내 1군 업체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이들 업체들의 경우 아파트 브랜드 관리에 있어 대형업체들에 못지 않은 공을 들여 왔지만 정작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비인기 브랜드'로 묶여서 평가되고 있다.

한 20위권 내 중견업체 관계자는 "회사의 자존심 상 주공아파트 시공 대행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도 "우선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지만 이도 저도 안되면 보금자리 시공대행도 피할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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