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유성 행장은 “리먼브러더스와 상당부분 합의가 이뤄졌지만 막판 가격차이를 좁이지 못해 인수하지 못해 아쉽다”며 “기회가 되면 또 해외 투자은행(IB)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민유성 행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히며 리먼 인수 추진 과정과 향후 산은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민 행장은 “리먼브러더스는 원래 타 금융기관에 인수제의를 했었고 그 당시에는 산은은 재무적 투자자로 국내 금융기관에서 제의를 했었다”며 “그 이후인 7월 중순부터는 리먼이 산은에 협상제의를 해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리먼브러더스를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로 분리해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며 “9월 10일 MOU를 체결하고 6개월 동안 리먼에 대한 구조조정과 실사를 한 이후 인수할 계획 이었다”고 말했다.
또 “민영화를 준비하는 국책 기관으로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와 발 맞춰 리먼이 충분히 준비되면 인수를 추진할 계획 이었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리먼브러더스의 구조조정 등 제반 여건까지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가격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시장에서 우려를 하고 주주인 정부도 원치 않고, 국책은행으로 산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리먼을 포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 행장은 “해외 투자은행(IB) 인수를 위한 검토는 계속할 것”이라며 “산은의 아젠다는 국제 경쟁력을 가진 투자은행으로 거듭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는 정보의 교환 채널로 가장 중요한 곳이며 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리먼 같은) 해외 IB 인수는 꼭 필요하다”며 “매니지먼트는 완전히 해외 회사로 운영시키면서 IB와 상업은행의 시너지를 꾀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행장은 기자간담회 끝머리에 “리먼이 산은과의 협상에 합의했다면 절대 부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거래 구조까지도 합의했으나 가격 격차가 문제였다”고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토로했다.
앞으로의 금융 시장에 대한 질문에 “지금이 최악이기 때문에 이제 벗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리먼의 파산, 메릴린치의 피인수, 또 한 기관의 구제금융 신청 등으로 추가적인 자산 가치 하락이 올 수 있고, 이에 따라 시장이 경직돼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