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해야 할까

입력 2019-12-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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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이란 부부로서 생활하고 있지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혼인을 말한다. 단순히 동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실혼이 될 수 없고, 부부로서 살 의사를 가지고 일상적인 생활을 같이해야 사실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아 저 사람들은 부부구나'라고 할 정도가 돼야 한다. '부부로 살면서 왜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사실혼 상태에서 살고 있는 부부들이 많다.

사실혼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것만 빼고는 혼인 신고를 한 법률혼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법과 판례는 여러 가지 권리를 정하고 있다. 사실혼 부부 당사자들 사이에는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가 있다. 또한, 사실혼이 깨질 경우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있고, 사실혼이 깨지는데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률혼 배우자와 달리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유언 같은 것이 없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다소 부당하거나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몇 년 전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이처럼 결정을 하면서 헌법재판관 중 한 분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필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사실혼 부부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당사자들의 뜻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혼 부부가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상대방 배우자의 상속을 받고 싶지 않거나, 상대방 배우자에게 상속을 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두 사람이 합의하면 언제든지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이 혼인 신고를 하는 데 반대한다면, 소송을 통해 혼자서라도 얼마든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상속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얼마든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혼 부부 당사자들끼리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이미 결정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상속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속인이 누군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혼은 존재나 인정 여부를 다른 사람들이 명확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게 되면 누가 상속인인지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사실혼 배우자가 전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증여나 유언 같은 방법을 통해서 재산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우리 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사망한 배우자의 각종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임차권도 승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찬성하기 어렵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은 미리 증여를 받거나 유언 등을 하여 재산 처리 문제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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