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프라이드치킨을 사러 동네 치킨전문점에 갔다. 저녁 6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단체 손님으로 보이는 이들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등 가게 안은 시끌벅적했다. 한 해의 마지막 무렵이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송년회를 하고 있으리라.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베푸는 모임을 송년회(送年會) 또는 망년회(忘年會)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망년회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원래 ‘망년(忘年)’은 ‘나이에 거리끼지 않고 허물없이 사귄 벗’을 의미하는 망년지우(忘年之友) · 망년지교(忘年之交)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쓰였던 긍정적 의미의 단어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망년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1400여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 한 해 동안 괴롭고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자는 의미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망년(忘年)이라는 단어에 회(會)를 붙여 망년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은 망년회를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므로 망년회 대신 ‘송년회’, ‘송년모임’ 등으로 순화해서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순화어가 있는데 굳이 일본식 표현을 쓸 필요는 없겠다.
송년회는 한 해의 마지막 무렵에 그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서로 나누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갖는 모임을 의미한다.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모임이므로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망년회는 한 해 동안 있었던 온갖 괴로움을 잊어버리자는 뜻으로 갖는 모임이므로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자. 가족, 친구, 동료 등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추억도 많이 있었으리라. 송년회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나누며 2019년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