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미 일어난 미래’, 우리는...

입력 2019-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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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경제부장

요즘 일본에서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투자 이민 설명회나 미국 부동산 투자 세미나를 개최하는 족족 문전성시라고 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로 경제가 축소되면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서일 거다. 계속 늘어만 가는 정부 부채를 보면 10월부터 10%로 오른 소비세율(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이 앞으로 12%, 15%까지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

여기다 사회보장비가 늘어나다 보니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재 30대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가 돼도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설령 연금 제도가 없어지진 않아도 70세 혹은 75세나 되어야 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고(故) 피터 드러커는 1964년에 쓴 ‘창조하는 경영자(Managing for Results)’에서 “우리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은 ‘이미 일어난 미래를 찾는 것’”이라면서 “이미 일어난 것은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드러커는 ‘찾아야 할 이미 일어난 것’을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그 첫 번째로 ‘인구 구조’를 꼽았다. 그는 “인구 변화는 노동력, 시장, 사회, 경제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움직임이다. 이미 일어난 인구 변화는 역전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변화는 빠르게 영향력을 나타낸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 ‘이미 일어난 미래’ 때문일 거다.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고,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이미 일어난 미래’가 있는 나라에서는 자신은 물론 후세의 미래까지 위협을 받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갖고 있는 자산이라도 안전한 피난처로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작년 말 일본의 한 투자정보 제공업체가 미국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미국 부동산을 구입한 이유로 가장 많았던 답변이 ‘절세 대책’이었고, 그 다음이 ‘자산의 달러 분산’이었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인구 증가가 전망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도 연평균 약 2%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가 늘면 주택 수요가 늘고, 경제 성장은 건전한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이 기반인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세에 있다. 공실률도 낮고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어 안정적인 소득 증가가 기대되고, 매각 시에는 자본 이득도 얻을 수 있다. 현재 미국 부동산 투자가 가열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경제 성장’이란 믿음이 배경에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 미국 소득형 투자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고령자에게 가장 절실한 건 안정적인 소득원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자본 이득과 세제 혜택까지 더해지니 안방에 앉아서도 현금 흐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본보다 훨씬 일찍 ‘이미 일어난 미래’를 발견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절벽 공포를 안고 있는 일본의 현상은 우리나라의 20년 후라는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일본의 우울을 능가한다. 정부의 복지 남발과 연금 고갈 우려, 세금 폭탄, 잦은 부동산 시장 개입, 여기다 정치적 불안과 입시 지옥까지 더해지면서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 인구까지 해외로 떠밀고 있다. 해외에 생활 기반을 미리 만들어 두고 은퇴 이후의 인생 2막을 열어보자는 의욕을 정부가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투자이민협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투자 이민하겠다고 청원한 사례는 지난해 391건으로 2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500건이 넘을 거란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미국 투자 이민 러시,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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