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리픽싱 ‘봇물’…커지는 규제 목소리

입력 2019-10-29 16:02 수정 2019-10-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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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CB(전환사채) 전환가액 하향 조정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라임사태 등으로 메자닌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과도한 리픽싱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 상장사가 낸 전환가액 하향 조정 공시는 960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2016년 210건, 2017년 653건, 2018년 715건인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3.5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나온 리픽싱 공시는 총 997건으로 올해는 이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이달 들어서만 62개의 코스닥 상장사가 총 94건의 리픽싱 공시를 냈다. 퓨쳐스트림네트웍스, 톱텍,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럭스, 리드 등이 시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했다. 필로시스헬스케어(7~12회 차), 에이티세미콘(5~7회 차), 엠젠플러스(14~18회 차) 등은 이달에만 3번이 넘게 CB 전환가액을 조정했다.

리픽싱은 메자닌 채권 발행기업이 주가가 하락했을 때 전환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환가액 1만 원 조건으로 5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상장사에 투자한 경우, 전환가액을 5000원으로 조정하면 전환 가능한 주식수는 5만 주에서 10만 주로 2배 늘어난다.

하반기 불안한 증시 상황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리픽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투자자 이탈을 막고, 조기상환 리스크를 덜기 위해서다. 코스닥 시장에서 리픽싱 공시가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다.

여기에 라임사태 등으로 CB 시장에 대한 불신이 확대하면서 메자닌을 많이 발행한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전환가액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라임운용이 투자한 기업 중 슈펙스비앤티, 리드, 에스모 등이 이달 CB 전환가격을 조정했다. 심지어 에스모머티리얼즈의 경우 2월과 7월에 발행한 전환사채에 전환가액 최저한도 위반 관련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정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리픽싱 조항은 그동안 신용도가 낮은 코스닥 기업이 메자닌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유인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리픽싱 조항을 위험회피 수단으로 삼고 사모펀드들이 CB 시장에 뛰어들었고, 2013년 1조 원 규모였던 메자닌 시장은 지난해 5배 이상 커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도 7월 말 기준 3조3784억 원가량의 메자닌채권이 발행됐다.

문제는 주가 하락 상황이 지속되면서 발행기업들이 전환가액 조정주기를 줄이고 조정 한도를 액면가까지 낮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초 전환가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제한 규정이 있지만, CB 발행 후 감자나 유상증자 등 신주 할인 발행이 이뤄진 경우 전환가액을 액면가까지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과도한 리픽싱은 주식 발행 물량을 늘려 기존주주들의 지분 희석 문제로 연결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픽싱 조항이 도입될 당시에는 메자닌 시장이 저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용도 낮은 기업들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에 유인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며 “그러나 CB 리픽싱 조항이 남용되면서 기존주주 지분 희석화 현상이 점차 심해지는 등 부작용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CB를 많이 발행하는 코스닥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게 개인투자자인 만큼, 그들의 입장에선 ‘왜 우리만 손해를 봐야 하냐’는 형평성 이슈가 등장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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