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자통법과 금융산업의 미래(3)

입력 2008-08-25 08:28 수정 2008-08-25 08:4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009년 2월 4일. 이날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될 날로 바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소위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는 날이다.

증권거래법, 간투법, 선물거래법 등 기존 6개 법령을 통합한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은 정부, 학계, 업계 등 모든 증권인들의 운명이 송두리째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대변화는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 산업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세기까지의 금융의 역할은 실물경제를 보조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는 금융이 실물경제를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시대로서 이러한 조류에 발맞춘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은 타이밍 상으로도 최적의 선택이었다.

먼저 자본시장통합법이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큰 제도적 변화를 살펴보면, 자본시장의 규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포괄주의 규율체제로의 전환이다.

기존의 증권거래법 등 법률 체계 하에서 증권회사 등이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려면, 해당 상품에 대한 허용 근거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어야 했고, ELS, ELW 등 신상품 도입 시마다 복잡한 입법과정을 거쳐야 했다.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법률은 이를 신속히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허용되는 상품을 일일이 법령에 규정하는 이른바 열거주의에서 탈피하여,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투자상품을 추상적으로 정의해 향후 시장에 출현가능한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포섭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후변화에 기초한 헤징 목적의 파생상품 등 상상가능한 모든 상품이 추가적인 입법조치 없이도 시장에 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로 기능별 규율체제의 도입을 꼽을 수 있다.

기존에는 상품 설명의무 위반시 손해배상책임은 자산운용사에만 적용되고, 적합한 상품을 권유할 의무는 투자일임사에만 적용되는 등 소관 법령에 따라서 각기 다른 수준의 규율이 이뤄졌다.

새로운 통합법은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금융기능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율이 적용되는 기능별 규율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금융회사는 업권과 상관없이 같은 영업활동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어, 타 업권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받는 불합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셋째로 자본시장통합법은 투자자보호제도의 개선을 담고 있다.

설명의무 도입, 적합성 원칙의 도입 등 투자권유 규제가 새로이 규정되었고, 이해상충 방지체제가 선진화되어, 금융소비자로서의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강화될 예정이다.

마지막 자본시장통합법의 큰 변화는 금융투자회사의 취급 업무범위의 확대이다.

통합법은 기존의 증권, 자산운용, 선물 간 장벽을 걷어내고, 한 개의 금융투자회사가 통합법 내에서 규정된 모든 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회사의 부수업무도 포괄적으로 허용되고, 소액결제 업무 허용 등 신규업무도 반영되어, 한국판 글로벌 IB의 탄생이 예고된다.

이러한 자본시장통합법의 도입으로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자랑할 만한 법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금융투자회사로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더 높이 비상하며,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성장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이러한 한국형 글로벌 IB들이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보면 더욱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같은 금융통합법이 그 나라의 금융시장의 부흥을 가져온 해외 사례 또한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영국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서, 20세기 초반까지 무역업 및 제조업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20세기 중반이후 주춤하던 영국은 1986년 증권과 선물 등의 금융투자업을 통합하는 금융서비스법 개정을 통해 1차 통합을 이뤄냈다.

또한 2차로 2000년에 기존의 금융투자업에 은행, 보험 등의 영역까지 통합하는 금융서비스시장법을 제정하면서 금융통합의 강도를 더해갔다. 금융 빅뱅으로 불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은 금융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 결과 런던은 유럽 내의 파리나 프랑크푸르트를 제치고 유럽 최고의 금융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금융산업의 영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으로 높아져서, 금융이 경제를 견인하는 선도 산업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홍콩의 2002년 통합법 또한 홍콩의 동남아지역 금융센터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호주의 2001년 통합법 역시 금융후진국이었던 호주를 금융강국의 대오에 합류시키는 주요 촉매제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자본시장이 은행에 버금가는 큰 시장으로 성장되고, 이러한 금융시장의 균형 잡힌 발전을 통해, 20세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에 이어 금융산업이 21세기 선진국형 경제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 가지 업계와 당국에 당부 드리고 싶은 사항은 법체계의 마련만으로는 성장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자본시장통합법 체계에 맞추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확실한 목표 의식와 제도 완비 그리고 사전 준비 속에 한국경제를 선도해 나갈 자본시장을 상상해 보면 다시 한 번 희망찬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증권업협회 법무지원실 박중민 실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골드만, 경기침체 가능성 25%로 높여...“연준, 금리 올해 3차례 내린다” [미국 ‘R의 공포’ 본격화]
  • '역대 최약체' 소리까지 나왔는데…한국, 새 역사까지 금메달 '4개' 남았다 [이슈크래커]
  • 서머랠리 가고 ‘골드랠리’ 오나…패닉 증시에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 [블랙 먼데이]
  • 코스피·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발동…'사이드카' 뜻은?
  • 제주도 갈 돈으로 일본 여행?…"비싸서 못 가요" [데이터클립]
  • 공개 열애 14일 만…'7살 연상연하 커플' 황정음-김종규 결별 소식
  • 단독 배우 한예슬, ‘생활약속’ 모델료 청구 소송 승소…法 “6억6000만원 지급”
  • 말로는 ‘연금개혁’, 뒤에선 압력 행사 [연금개혁의 적-中]
  • 오늘의 상승종목

  • 08.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3,526,000
    • -13.92%
    • 이더리움
    • 3,231,000
    • -21.12%
    • 비트코인 캐시
    • 418,100
    • -15%
    • 리플
    • 651
    • -15.45%
    • 솔라나
    • 167,600
    • -16.78%
    • 에이다
    • 422
    • -16.1%
    • 이오스
    • 604
    • -15.52%
    • 트론
    • 171
    • -5%
    • 스텔라루멘
    • 115
    • -10.85%
    • 비트코인에스브이
    • 49,700
    • -16.05%
    • 체인링크
    • 12,240
    • -24.72%
    • 샌드박스
    • 315
    • -18.1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