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수요에 힘입어 저금리 조달에 성공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전날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 1조13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몰렸다.
연말을 앞두고 기관들이 더욱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추구하면서 우량 등급인 SK텔레콤 회사채 매수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평가다. SK텔레콤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최고인 ‘AAA+’다.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AAA’등급은 현대자동차, KT 등 3곳에 정도다.
지난 7일 포스코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기관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2조62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LG화학이 지난 3월 기록한 2조6400억원에 이어 수요예측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KT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KT는 이달 초 3000억원어치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한 청약에서 1조4200억원의 기관 주문을 끌어모았다. 1800억원, 700억원씩 모집한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8200억원, 2800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초장기채인 만기 10년과 20년짜리에도 목표 발행량 대비 9.5배, 4.3배 많은 자금이 몰렸다.
KT 장기 신용등급은 ‘AAA0(안정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KT가 매년 20조원 이상 매출액과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꾸준히 거둬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앞서 9월에는 SK브로드밴드가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조4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SK에너지도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주문을 확보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B증권 전혜현 연구원은 “낮아진 금리 수준으로 크레딧채권의 캐리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크레딧시장 강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수급불안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