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시절이 하 수상(殊常)하니

입력 2019-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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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병자호란 때 끝까지 청나라와 싸울 것을 주장한 김상헌(金尙憲 1570-1652) 선생은 인조대왕이 항복해 버린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게 되었는데, 서울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시조를 읊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올동말동’은 ‘다시 올 수 있을지 영영 못 오게 될지’라는 뜻의 옛날식 표현이다.

‘하 수상’은 ‘하+수상’으로 이루어진 말로서 ‘하’는 ‘하도’ 즉 ‘몹시, 매우’라는 뜻이고, 수상은 ‘殊常’이라고 쓰는데 각 글자는 ‘다를 수’, ‘일상 상, 범상할 상’이라고 훈독한다. 일상의 평범함과 다른 것을 수상하다고 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은 殊常을 “사람이나 사람의 행동이 좋지 않은 면에서 의심이 가는 상태에 있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반공마저 독재에 활용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주변을 잘 살펴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일단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으로 보고 즉시 신고하라는 교육을 귀가 따갑게 받으며 자란 50대 이상들은 지금도 ‘수상하다’는 말만 들으면 자동적으로 ‘간첩신고’라는 말을 떠올리곤 할 것이다.

비록 이제는 ‘수상하면 간첩신고’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대신, ‘수상하다’는 말이 그 옛날 병자호란 때 김상헌 선생이 읊었던 것처럼 시절을 탓할 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왠지 믿음이 가지 않고 불안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절이 하 수상하니 조심하자!”라는 다짐과 인사를 일상으로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며, 믿었던 사람이 돌아서서 원수가 되고…. 나라 상황은 유치하고 저속하기 그지없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고…. 평상(平常)의 생활은 평상의 평범함 속에서 이루어져야지, 수상함 속에서 이루어지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 수상한 시절, 언제나 풍파가 좀 가라앉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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