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또와 로또 아파트의 차이

입력 2019-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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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으로 도저히 따라잡을 길 없는 부자들을 볼 때 ‘로또’를 산다. 간혹 로또는 레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토요일 저녁 모임을 할 때 인원수만큼 로또를 사가서 나눠준다. 모임은 그날 저녁 8시 45분까지 설레는 분위기에 휩싸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일지도 모른다. 로또와 함께 꿈을 산다고 했다. 한 게임에 1000원, 서민들이 로또를 찾는 이유다.

로또 이름을 빌리는 또 다른 상품이 있다. 서울 분양 아파트다. 최근 SK건설은 서울 마포구에 들어설 공덕 SK리더스뷰의 계약취소분 1가구를 추첨 공급했다. 여기에 4만6931명이 접수했다. 이 아파트는 2년 전 분양가인 8억8240만 원에 공급됐다. 주변 시세보다 3억~4억 원가량 낮아 당첨만 돼도 수억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대부분 ‘4만7000명이나’ 몰렸다고 했지만 기자는 ‘4만7000명 밖에’라고 생각했다.

로또 아파트가 부러움과 질투를 함께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 ‘로또’와 달리 아무나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공덕 SK리더스뷰의 가격 문턱은 서민에게 높았다. 두드리지도 못하는 문 너머에서 그들의 시끌벅적한 잔치를 누군가는 구경만 해야했다.

시장은 이러한 로또 아파트를 더욱 양산하는 구조로 흘렀다. 무주택자여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서울에서는 40%에 불과해, 분양가를 감당 못하고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오랜기간 집 없이 살며 키워온 청약 통장도 함께 날아갔다. 이러한 사람들의 눈물 섞인 포기가 돈 있는 누군가에겐 로또 같은 기회로 돌아갔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80%에서 500%로 5배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실수요자에게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청약에 있어 더 자격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계약을 포기하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답은 주택 수요자들이 들려줬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7%)이 1순위로 꼽혔다. 무주택자에 한해서 대출 규제 완화를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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