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령업체 '무역사기 극성'

입력 2008-07-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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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계측기기와 LED 전구 제조업체인 A사의 K사장은 최근 7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당장 체결하겠다는 중국업체(裕華經貿有限責任公司)의 연락을 받고 하남성 정주(鄭州)로 날아갔다.

당초 중국업체는 항공운임을 제외한 모든 출장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하겠다 했지만 K사장이 도착한 후 돌변했다. 출장비에 대해 ‘나몰라라’ 식이었고 호텔로 찾아와 정부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고위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해야 한다며 비용 부담까지 요구했다.

사기 업체임을 알아차린 K사장은 다행히 호텔의 도움으로 현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하마터면 금전피해는 물론 인신위협까지 당할 뻔 했다. 이 중국 업체에 고용됐던 영어 통역원은 K사장같이 정주를 다녀간 한국업체가 10여 개사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을 노린 중국 내륙지역 무역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령업체들은 대형 수입계약 체결을 미끼로 국내업계 관계자들을 중국으로 유인한 후 접대비와 선물비, 계약서 공증비 등 각종 정체불명의 비용지불을 강요하고 수입관세 일부를 떠넘기는 수법으로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이들은 회사명과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실체파악을 위해 영업집조(영업허가증) 제시를 요구하면 연락을 끊어버린다. KOTRA가 조사한 결과 하남성 정주(鄭州)의 한 중국 업체는 최근 10여 개의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체결을 미끼로 한국 업체를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은 가장 상투적인 수법이다. 이는 특히 정주와 광서(廣西)자치구 계림(桂林) 등 경제발전 수준이 낮은 내륙지역에서 특히 활개를 치고 있다. 광동(廣東)성 심천(深圳)과 사천(四川)성 성도(成都) 등 큰 도시에서도 일어나는 피해다.

C사는 정주의 중국업체(中國河南中亨工貿有限公司)로부터 방청유 1만7000리터의 주문을 받고 KOTRA에 이 업체 실체파악을 요청했다. KOTRA는 즉시 중국업체에 영업허가증 제시를 요청했으나 이 업체는 차일피일 미루다 연락을 끊어버렸다. 영업허가증은 회사기밀이 아니고 거래 관계자가 언제든지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한다면 사기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업체가 수출입계약서 대신 구매의향서(중국에서는 흔히 合作書라 함) 체결을 주장하는 경우도 일단 의심해야 한다. 협력서는 사기 업체가 각종 정체불명비용 지불을 강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중국기업들의 홈페이지가 중문 또는 중문-영문 혼용인데 반해 유령업체들 중에는 엉성한 영문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역사기사건은 조금만 주의하면 예방할 수 있지만 줄어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수출자 입장에서 설령 좀 의심이 가더라도 성사만 되면 수입물량이 많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데다 일부 중국 업체는 회사명과 전화번호, 소재지를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이기 때문이다.

KOTRA 중국팀 박한진 차장은 “중국발 보이스 피싱(전화사기)에 이어 내륙지역 유령업체들에 의한 무역사기 피해사례가 확산 중”이라며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업체는 우선 KOTRA를 통해 실체 파악부터 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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