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보증금 못 준 집주인 17배 늘었다

입력 2019-01-15 16:22 수정 2019-01-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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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이 대폭 늘었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8만9350가구, 19조3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4만3918가구, 9조4931억 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것은 보증이 실제로 집행된 건수가 2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이다.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는 285가구, 583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16가구, 34억 원보다 17배 증가한 규모다.

이는 집값,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서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줘야 하는데 집값, 전셋값이 떨어지다 보니 제때 돈을 못 주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분석한 지난해 전세가격 변동률은 하락세를 보였다.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 변동률은 2017년 0.6%에서 지난해 마이너스(-)1.8%로 나타났다. 서울도 같은 기간 2.0%에서 0.3%로 하락했다.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2017년 0.6%에서 지난해 -2.9%로 하락폭을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2.4%에서 0.0%로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은 전세가격의 하락의 원인으로 아파트 공급의 확대로 인한 전세공급 증가, 지역산업 침체에 따른 과대공급 상황 지속을 꼽았다.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전셋값 변동률을 -1.42%로 예상했다. 예상치 못한 호재가 발생하더라도 상승추세로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은 최근 2019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2년의 전세가격도 1.72% 하락하는 것으로 예측돼 당분간 전세시장은 하락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예측오차범위 ±10% 수준에서도 -3.34~-0.08%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주간 현황에서도 전셋값의 상승 전환은 찾기 힘들다. 이달 들어 첫째 주, 둘째 주 서울 전셋값은 각각 -0.03%, -0.08%로 하락했다. 둘째 주의 경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개가 하락했다. 전셋값이 오른 곳은 구로·양천·관악구 단 3곳뿐이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갭투자가 2년 전까지 흥행했는데 그 갭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다 보니깐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갭투자를 통해 전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부채(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한 거니깐 자금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세입자를 다시 받아서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돈을 내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전셋값, 매매값이 약세를 보이니깐 세입자들이 방어수단으로 상품에 많이 가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의 전세보증금을 줄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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