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신청과 사측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압박카드’인 셈이지만, 파업 동력이 떨어지면서 노조가 원하는 그림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앞서 13일까지 진행됐던 실무·대표자 병행 교섭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및 페이밴드(호봉상한제) 폐지 등 각론에서의 의견 차이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노조는 집중교섭까지 미뤘던 중노위 사후조정을 이날 오후 3시께 접수했다. 또 사측에 대한 고소·고발 및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찰 요구도 진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노조가 8일 열린 총파업에서 사측이 조합원의 파업 참가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사측의 합의가 필요한 사후 조정에 대해선 국민은행 측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러한 ‘강경책’은 사측과의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측이 쟁점 사안에 대해 쉽게 양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국민은행 희망퇴직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측은 ‘성과’와 ‘분배’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올 은행업도 지난해와 비교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사태에 대해 사측 집행부가 ‘전원사퇴’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러한 연유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노조의 안은 비용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협상 타결이 미뤄지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지만, 현재로선 교섭의 무게중심이 사측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짙다. 파업 실효성에 대한 판단도 엇갈리고 있고 여론도 좋지 않다. 노조는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2차 파업을, 3월까지 총 5차례의 파업을 예고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파업을 무기로 쓰기에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길어진 협상으로 인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업은 명분이 중요한데, 국민은행 노조에게 지금 명분이 있는지는 의문스럽다”면서 “파업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1차 파업보다는 참여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집중교섭 결렬에도 국민은행은 노조와의 만남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국민은행은 파업으로 미뤄졌던 본부장(PG장)과 부점장, 그룹 간 이동 인사를 이번 주 단행할 예정이다. 그 다음 주에는 정기인사와 부임 인사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