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져 있어 긍정적인 소식에 반등 가능한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말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0.8배에 근접했고 주가이익비율(PER)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발생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현 상황이 과거 위기 상황에 준하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하반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에 시장이 반응하는 데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인식이다.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을 실시하고 있는데 미 주식시장에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배경에는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고 장기간의 호황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이러한 장기 호황 국면이 지속될 수 있는가, 경기가 하강한다면 그 속도는 어떠할 것인가 등을 균형감 있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펀더멘털 관점에서의 접근보다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 이렇게 반응하는 데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프리미엄을 받아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아졌던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인식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과거보다는 낮아진 6%대 중반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거나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발표되면 중국 주식시장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그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점도 다르게 볼 수 있다. 중국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면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경제 정책을 쓸 수 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의 좋지 않은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6%대 성장률은 중국의 경제 규모나 여타 국가와 비교해 보더라도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본적인 상황 판단이나 펀더멘털에 대해 균형감을 갖고 고민하기보다는 좋지 않은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응이 향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비관적인 견해가 많아지는 것에는 중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졌던 점이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결국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던 것이 주가 조정 심리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진 현 상황에서는 매수 관점으로의 전환이 쉬워질 것이다. 다만 실제로 관점이 바뀌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미·중 무역분쟁의 원만한 해결, 미 연준의 완화적 정책 기조로의 입장 전환 등도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요인은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계기는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거나 경제 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이다. 이번 실적 시즌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기대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