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첫눈과 한 잔 술

입력 2018-11-22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오늘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 후 15일,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전 약 15일에 든 절기로서 첫눈이 내린다는 날이다. 음력 10월 중순, 양력으로는 대개 11월 22일이나 23일이다.

눈은 추위를 몰고 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낭만에 젖게도 한다. 특히 첫눈은 사람들을 환호하게 하고 설레게 한다. 다정한 사람과 함께하는 따듯한 커피 한잔을 떠올리게 하고, 절친한 친구와 나누는 술 한잔을 생각나게 한다.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이런 시를 남겼다. “녹의신배주(綠蟻新醅酒)하고, 홍니소화로(紅泥小火爐)한데. 만래천욕설(晩來天欲雪)이니 능음일배무(能飮一杯無)오?” 즉 “새로 거른 좋은 술, 붉은 흙으로 만든 작은 화로, 해 질 녘 하늘에선 금세 눈이라도 내릴 양이니, 그대여! 한잔함이 어떻겠는가?”라는 뜻이다. ‘녹의(綠蟻)’는 술독에서 술이 잘 익어가고 있을 때 뽀글거리며 술 위에 떠오르는 연녹색 거품을 말하는데 거품 두 방울이 서로 연결되면 마치 허리가 잘록한 개미(蟻: 개미 의) 모양과 같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잘 익은 술’을 뜻한다. 나중에 뜻이 확대되어 맛 좋은 술의 별칭이 되었다.

마침, 새로 거른 맛있는 술이 있는 데다가 화롯불은 따듯한데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눈이 펑펑 쏟아질 것 같은 날씨라면 좋은 친구와 술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백거이는 친구에게 이 시를 써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친구가 “나 지금 바빠, 나중에 하자”라는 답을 했다면 아! 그 절망감(?)을 어찌해야 할까?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 추위와 도로 사정에 대한 걱정에 앞서 첫눈에 대한 낭만을 생각하는 여유를 갖도록 하자. 綠:푸를 녹, 蟻:개미 의, :술 거를 배, 泥:진흙 니, 爐:화로 로, 晩:늦을 만, 欲:하고자 할 욕, 能:능할 능, 飮:마실 음, 杯:잔 배.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바이든 리스크' 비트코인, 5만5000달러로 급락…4개월 만에 최저치 내려앉나 [Bit코인]
  • 현아·용준형 진짜 결혼한다…결혼식 날짜는 10월 11일
  • [날씨] "출근길 우산 챙기세요" 수도권 천둥·번개 물폭탄…무더위는 계속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이마트 ‘노브랜드’ 발품 팔아 찾은 가성비...해외서도 통했죠”[단독 인터뷰]
  • ‘평생 트라우마’ 학교폭력, 더 심해지고 다양해졌다 [학교는, 지금 ①]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15:1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8,741,000
    • -3.75%
    • 이더리움
    • 4,139,000
    • -3.81%
    • 비트코인 캐시
    • 442,900
    • -6.15%
    • 리플
    • 597
    • -4.63%
    • 솔라나
    • 188,400
    • -5.23%
    • 에이다
    • 494
    • -5%
    • 이오스
    • 696
    • -5.31%
    • 트론
    • 178
    • -2.73%
    • 스텔라루멘
    • 119
    • -6.3%
    • 비트코인에스브이
    • 49,600
    • -3.78%
    • 체인링크
    • 17,770
    • -2.9%
    • 샌드박스
    • 400
    • -6.3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