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골든 인도’를 가다⑥]“아마존·샤오미 등 진출러시…인도는 기회의 땅”

입력 2018-10-16 06:00 수정 2018-10-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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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장

▲이상욱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장(김보름기자 @fullmoon)
▲이상욱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장(김보름기자 @fullmoon)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 위치한 첸나이는 70년대 한국 시골마을과 같은 정겨운 냄새가 풍겼다. 시내에서 1시간 30분가량 이동하면 벵갈해가 보이는 해변도시이기도 하다. 외곽으로 나가면 넓은 풀밭에 돼지와 소 무리가 모여 있다. 힌디어가 아닌 타밀어를 써서 좀 더 꼬부라진 영어 발음이 오갔다. 자존심이 세고 문화를 바꾸지 않으려는 인도 남부 지역다웠다. 지난달 10일 개성 강한 타밀나두 주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상욱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장을 만났다. 우리은행은 2012년 첸나이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은행은 현대위아, 롯데제과가 위치한 6층짜리 건물 두 번째 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4년간 인도네시아 근무 경험이 있는 이 지점장은 “인도는 이해 안 되는 구석이 엄청 많다”며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동남아로 하나의 국가 개념으로 묶이는데. 이 나라는 여러 도시국가가 모여 있는 만큼 독특하고 다양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인도에서 현지화가 어려운 이유를 꼽자면

“민족적 자긍심과 종교적 이유로 외국인을 터부시한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한류 열풍이 불어 고객과 미팅할 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류가 아직 널리 전파되지 못하는 나라인 만큼 문화적 차이가 크다.”

-인도 직원과 일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느낄 때는 언제인지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존재해 일부러 비슷한 신분의 직원들로 구성했다. 직원들이 처음에는 자신보다 낮다고 여겨지는 오피스보이에게 다먹은 도시락통을 닦아달라고 하고 각종 심부름을 시키는 등 하찮은 일은 떠넘기길래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보스문화’가 발달해 가장 위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부지점장 등 나머지 사람들과는 직급과 관계없이 대등하게 지내는 점도 어색했다.”

-영업 확대에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것을 하나 승인을 내주려면 제약 조건이 너무 많다 보니 업무가 아니라 승인 과정이 힘들다. 인도 당국 공무원들은 1~2시간 전에도 약속을 취소하는 등 고자세로 나와 접촉이 힘들다. 뭄바이에 있는 인도지역본부의 법인 전환 신청을 한 지도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승인이 안났다. 뭄바이, 구르가온 지점을 내는데도 1년 반이나 걸렸다. 금융사에 대한 현지 규제도 동남아보다 더 강하다. 인도가 91년도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는데, 그 이후 외환규제도 더 타이트해졌다.”

-인도 금융시장만의 특성을 꼽자면

“인도는 아직 농경사회다 보니 가족 문화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금융적으로 해결할 문제도 가족끼리 품앗이를 한다. 우리 직원 중 한 명은 사촌 4명의 학비를 조금씩 내준다. 원래 은행에서 대출받아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연체 개념도 약해 하루나 이틀 연체되는 건 예삿일이다.”

-국내 은행권 중 최초로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미 유니버셜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서 전 상품 취급이 가능하다. 다만 신규 서비스 출시나 지점 오픈 때마다 중앙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다. 법인화를 통해 인도 현지 시장을 깊숙이 공략할 수 있다고 본다.법인세도 40%에서 30%로 내려가고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

-현지화가 당면 과제다. 어떤 부분에 집중할 것인가.

“아직 국민소득 2000달러 경제 수준을 볼 때 기업 위주로 하면서 차차 소매금융 파트도 현지화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첸나이는 타 지점에 비해 현지 기업 비중이 높은 편으로 로컬기업 여신 비율이 70%까지 도달했다. 반면 소매 비중은 아직 전체에서 5% 미만이다. 전 국민 대상으로 영업을 늘릴 것이 아니라 고액자산가 위주의 자산관리(WM) 영업에 주력하고자 한다. 부동산담보대출, 할부금융도 소매금융 확대에 필요하다고 본다.”

-인도 금융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성장성을 볼 때 인도는 내수와 수출, 둘다 받쳐줄 수 있는 국가다. 아마존, 샤오미 등 인도의 잠재성장력을 보고 쟁쟁한 외국계 기업들도 다 발 담그고 있다. 여기는 계륵이 아니라 무조건 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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