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M&A' 강자 그룹은 몸살중

입력 2008-05-09 08:34 수정 2008-05-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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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이랜드, 유진 등 후유증 속사정

참여정부시절 기업 인수합병(M&A)을 연달아 성사하며 덩치를 불려온 그룹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이랜드, 유진 등이 그 사례다. 이들 그룹들은 총수의 강력한 의지와 치밀한 막후 전략을 통해 M&A를 성사시키며 기업 외형성장을 일궈왔다. 하지만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창출 및 인수 자금조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며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인수된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과 몇년도 안돼 시장에 매물로 나왔거나 재매각설마저 흘러나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이어 대한통운 너무 과식했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이라는 대어를 연이어 낚았다. 그는 M&A를 통한 외형성장에서 가장 크게 빛을 발한 그룹 총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는 금호아시아나가 창사이래 항상 뒤쳐져 왔던 라이벌 한진그룹을 제치고 지난해부터 재계서열(공기업 제외) 7위의 그룹으로 올라서게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 무리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금호아시아나 전체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말 당시 6조원이상이라는 사상최대의 인수자금을 제시하며 대우건설 M&A를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대우건설 주가가 2009년 12월14일까지 1주당 3만3085원을 밑돌 경우엔 되사주기로 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달 8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 주가는 되사주기로 한 가격의 절반 수준인 1주당 1만7350원에 머물고 있다. 올 1분기 내내 대우건설 주가는 주로 2만원 밑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대우건설의 주가 약세는 우선 실적부진에 있다. 대우건설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1조3027억원. 영업이익은 597억원을 기록하며 53%나 줄었다. 또 하나 약세원인은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통해 5460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게 해 대한통운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현재 180%로 껑충 뛴 상태다.

그룹의 양대 지주사인 금호산업 역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 지분법 평가 과정을 통해 올 1분기 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일시적 실적악화라는 분석과 함께 무리한 인수 자금 조달방식이 그룹 계열사 전체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들이 엇갈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에대해 "고유가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과 건설 계열사들이 건설 경기 악화로 이어진 미분양 등으로 일시적인 실적악화를 보인 것"이라며 "현재 그룹 전체 자산이 26조원인점을 감안하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M&A자금 조달 문제는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그룹 창립 62주년 기념 행사에서 "해운업 진출과 금융업 부문 강화"의지를 피력하며 식지 않는 M&A의지를 드러냈다. 향후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이랜드, 노사 갈등 장기화에 홈에버 재매각설도

지난 1980년 이대 앞 2평의 옷가게에서 출발한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2003년부터 뉴코아, 해태유통, 한국까르푸 등 무려 20여개에 달하는 브랜드 및 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는 자기자본 투입보다는 대량의 외부자본으로 인수 자금의 대다수를 수혈하는 외형확장 방식을 택해왔다.

이랜드는 2006년 까르푸를 1조75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홈에버로 변경하며 기존 뉴코아와 함께 유통공룡그룹으로 성장을 선언했다. 하지만 홈에버는 지난해 이랜드를 일약 30대그룹 반열에 올린 견인차에서 이제는 이랜드 성공신화의 제동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여름께부터 지속돼 온 노조와 사측간 첨예한 대립과 충돌로 매장 파행 운행 등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며 홈에버는 지난해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 시행과 맞물려 사회적 화두로 번지며 기업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등 그룹 전체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 이랜드측이 3000억원 정도 자기 자금외 나머지 인수자금은 외부 조달 방식을 택한 결과 홈에버 부채 비율은 적자까지 겹쳐 지난 3월 현재 696%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올들어서는 이랜드그룹이 인수한지 2년도 되지 않는 홈에버 재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테스코나 롯데가 홈에버 인수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랜드는 이달 1일 이랜드 리테일 홈에버가 유럽의 대형 사모펀드인 퍼미라 펀드와 향후 4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밝히며 홈에버 재매각설에 대한 시장의 관측을 일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랜드 리테일은 지난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면서 지분을 소유한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이 지분법평가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실적 구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외자유치가 일시적인 개선 효과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유진, 레미콘 사업 부진에 하이마트 인수 부담까지

전통적인 레미콘 산업의 강자로 군림해 온 유진그룹은 지난해 그 어느때보다 M&A에 전력을 쏟았고 괄목할 실적을 거뒀다.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했고 로젠택배와 한국통운 인수를 통해 물류산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특히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치열했던 하이마트 인수전에서는 내부자금 6000억원에 차입금 1조4000억원 등 모두 2조원의 가격을 제시해 인수를 확정지으며 유통업으로 사업확장도 일궜다.

하지만 유진그룹은 현재 건설경기 악화로 주력업종인 레미콘 부문이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가 하이마트 인수에 따른 후유증까지 겹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6일 유진그룹 계열의 유진기업㈜, 기초소재㈜, 고려시멘트㈜의 신용등급을 'BBB-'로,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BBB-는 투자등급의 최하단으로 그 바로 아래단계가 투기등급이다.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다는 뜻이다.

한기평은 유진기업이 3월말 기준 현금성자산 1081억원과 매도가능증권 403억원, 보유토지 1228억원 등을 보유해 일정수준의 재무적융통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차입금 규모와 매년 4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자비용은 과다하다는 판단이다. 그외 계열사들 역시 차입금과 이자비용 등으로 인해 재무안전성이 저하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현재 전사적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 부동산의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갚거나 자본금을 확충하는 일은 향후 신용등급의 긍정적인 조정을 이끄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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