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라오스 댐 사고의 근원지인 보조 댐에서 ‘침하 11cm’를 언제 계측했는가를 두고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의 징후로도 볼 수 있는 침하 11cm를 계측한 시점이 이르면 이를수록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31일 SK건설 관계자는 SK건설이 사고 발생 나흘 전인 18일에 보조 댐에서 11cm 침하를 계측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된 것을 두고 “사태 수습에 우선순위를 둔 상태서 상황 파악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며 “이번에 언론 보도로 공개된 문건 역시 이런 과정 속에 급하게 생산된 것으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SK건설이 침하 11cm가 계측한 시점은 19일이다. 다만 이런 설명 역시 댐 운영을 맡은 서부발전이 11cm 침하 사실을 앞서 공개한 뒤 나온 터라 사고 책임을 줄이기 위해 사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SK건설이 25일 새벽 공개한 설명자료에는 11cm 침하에 관한 내용이 없었지만 이날 아침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20일에 보조댐 중앙부에서 11cm 침하를 계측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사실 은폐 가능성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해외 사고가 발생하면 정확한 책임 규명을 위해 엄정한 조사가 이뤄진다”라며 “회사 차원서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어차피 모두 드러날 일을 지금 상황에 숨기려 했다는 것은 애초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침하 11cm가 어느 수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부발전에 따르면 침하 11cm는 허용 침하 이내로 통상 모니터링 조치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25일 업무보고는 침하 11cm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경위를 순순히 보고하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침하 자체가 문제 상황이므로 조금 더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에 침하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문제 상황”이라며 “다만 어느 쪽에 어떤 형태로 침하가 이뤄졌는가에 따라 그 심각성은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