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어 달쏭사] 피서(避暑) 내한(耐寒) 소하(消夏)

입력 2018-07-30 12:5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피서철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강과 바다와 계곡으로 사람이 몰리고 인천공항은 외국으로 피서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피서는 ‘避暑’라고 쓰며 각 글자는 ‘피할 피’, ‘더울 서’라고 훈독한다. 더위는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깊은 산 맑은 계곡으로 들어가 옥이 구르듯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거나 해수욕장으로 달려가 바닷물에 풍덩 몸을 던지면 충분히 더위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추위는 따뜻한 방 외에 자연 속에서는 달리 피할 곳이 없다. 참고 견뎌야 한다. 그래서 ‘피한(避寒)’이라는 말은 없고 대신 ‘내한(耐寒)’이라는 말이 있는데 ‘견딜 내(耐)’와 ‘추울 한(寒)’을 쓴다. 더위는 피할 수 있지만 추위는 견뎌야 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가난한 사람 살기에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훨씬 낫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올여름 더위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피서할 여유가 없어서 더위도 피하지 못하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데 올여름 더위는 가난한 사람이 견디기에는 너무 혹심하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때이다.

避暑 대신 ‘소하(消夏)’라는 말을 쓰며 여름을 난 사람들도 있다. ‘사라질 소(消)’ 자를 쓰는 消夏는 ‘여름을 사라지게 한다, 여름을 소비한다’는 뜻이다. 옛 중국사람, 특히 명나라·청나라 때 사람들은 여름이면 친구들과 함께 고서화나 도자기 등을 감상하며 목록을 작성하고 감상문을 쓰는 것으로 여름을 소비하곤 했는데 이런 신선놀음을 ‘消夏’라고 했다.

이렇게 여름을 지내면서 쓴 감상문을 모아 ‘소하기(消夏記)’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청나라 사람 오영광(吳榮光)의 ‘신축소하기(辛丑消夏記)’, 손승택(孫承澤)의 ‘경자소하기(庚子銷夏記)’, 고사기(高士奇)의 ‘강촌소하록(江村銷夏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도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이런 취미생활로 여름을 소비해 보면 어떨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K-코인 신화 위믹스…신화와 허구 기로에 섰다 [위메이드 혁신의 민낯]
  • [르포]유주택자 대출 제한 첫 날, 한산한 창구 "은행별 대책 달라 복잡해"
  • 한국 축구대표팀, 오늘 오후 11시 월드컵 3차예선 오만전…중계 어디서?
  • 연세대 직관 패배…추석 연휴 결방 '최강야구' 강릉고 결과는?
  • 제도 시행 1년 가까워져 오는데…복수의결권 도입 기업 2곳뿐 [복수의결권 300일]
  • 불륜 고백→친권 포기서 작성까지…'이혼 예능' 범람의 진짜 문제 [이슈크래커]
  • 전기차 화재 후…75.6% "전기차 구매 망설여진다" [데이터클립]
  • “고금리 탓에 경기회복 지연”…전방위 압박받는 한은
  • 오늘의 상승종목

  • 09.10 11:4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7,042,000
    • +3.26%
    • 이더리움
    • 3,179,000
    • +1.73%
    • 비트코인 캐시
    • 432,000
    • +4.12%
    • 리플
    • 725
    • +0.83%
    • 솔라나
    • 180,900
    • +3.49%
    • 에이다
    • 460
    • -1.71%
    • 이오스
    • 667
    • +2.46%
    • 트론
    • 209
    • +0%
    • 스텔라루멘
    • 126
    • +2.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200
    • +3.49%
    • 체인링크
    • 14,100
    • +0.64%
    • 샌드박스
    • 341
    • +2.7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