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2분기 실적이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미시장 재고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27일 FN가이드와 금융투자업계의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 발표 추정치의 평균)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현대차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0.6%) 감소한 24조1718억 원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영업이익인데 작년보다 무려 21.9%나 줄어든 1조509억 원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의 경우 매출은 0.3% 감소한 13조5368억 원, 영업이익은 1.6% 줄어든 3976억 원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들어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사드무역보복 탓에 실적 저점을 기록한 이후 발생한 ‘기저효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미국인데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재고에 발목이 잡혀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평균 재고기간은 3개월 정도인데 이는 출고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평균재고량 역시 각각 2.3개월과 3개월 수준이다. 반면 미국시장 재고는 글로벌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차의 미국 재고는 사상 최고치인 4.7개월에 달했고, 기아차 역시 올해 1월 약 5.5개월의 달하는 재고물량에 압박을 받았다.
올들어 꾸준히 이 문제를 해결해 2분기 초(4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 재고는 각각 3.5개월과 3.8개월까지 감소했다. 현대차는 올초 컨퍼런스 콜을 통해 미국시장 재고수준을 3.0개월 미만으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이 목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재고가 쌓이는 이유는 북미시장이 SUV와 픽업트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형과 준중형 세단에 집중해왔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재고가 늘면 회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딜러의 (판매)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자연스레 1대당 판매마진이 감소한다. 팔아도 남는게 없는 악순환(vicious circle)에 접어드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8.4% 낮춘 755만 대로 잡았다. 8%대 판매목표 축소는 올해가 처음. 판매목표를 낮추고 재고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62%에 달하는 북미시장 세단 판매 비율을 낮추기 위해 SUV에 집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북미시장에서 싼타페는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은 물론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와 함께 생산해 왔다. 이른바 ‘혼류생산’이다. 싼타페는 올 하반기부터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에서 전담한다. 이 공장에서 만들던 쏘나타와 엘란트라 등 판매가 부진한 세단의 과도한 생산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싼타페가 이탈하면서 발생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생산 여력은 하반기 SUV 신차를 투입해 해결하겠다는 전략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