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기업부채가 임계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이 많이 풀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흥국발(發) 부채 위기 오나?’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 GDP 대비 기업부채는 99.4%라고 15일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선 GDP 대비 기업부채의 임계치를 80%로 보는 가운데 한국의 이보다 19.4%p 높은 수준인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비교하면 GDP 대비 기업부채는 신흥국에서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2008년 56.2%에서 지난해 104.3%로 늘어난 반면, 선진국은 같은 기간 86.8%에서 91.7%로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94.4%를 기록해 임계치인 75%를 훌쩍 넘었다. 2008년 3분기에 73.9%를 기록했던 한국은 그 증가폭에서 주요 43개국 가운데 5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며 신흥국 위주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22개국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21개국 등 총 4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GDP 대비 민간 신용은 2009년 99.1%에서 지난해 143.2%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선진국은 8.4%p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자산시장 상황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채권자금이 신흥국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국채금리와 미국 장기 국채금리 격차를 의미하는 EMBI(Emerging Market Bond Index) 스프레드는 2016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완화하면서 신흥국 채권 투자가 확대돼 신흥국의 국채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시작되면서 신흥국이 취약고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용정 선임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ㆍ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유동성 축소 및 신흥국발 신용위기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