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서비스 피해구제의 '무법지대'

입력 2008-03-21 10:52 수정 2008-03-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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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울리는 상조산업-2

대구에 거주하는 S모씨(여, 30대)는 2001년 6월 ○○상조회사에 가입해 월 3만원, 5년납으로 180만원 상조상품을 계약했다. 최근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연락을 취하니 회사가 폐업을 했다. 결국 S씨는 돈을 떼이고 말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K모씨(60대)는 1989년에 ○○상조회에 가입 후 2005년 하반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조물품 제공을 요구하자 계약당시 제공하기로한 영구차, 상복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K씨는 차라리 계약을 해지한 후 해약환급금을 요청했으나 사업자는 이를 거절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L모씨(60대)는 1999년 4월 (주)○○상조의 회원으로 가입해 경제적 어려운 사정으로 계약해지후 해약환급금을 요청했으나 사업자는 일단 넣은 돈은 절대 환급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L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W모씨(여, 60대)는 1992년 12월 ○○상조에 관혼상제상조서비스 계약을 한 후 매달 돈을 넣었다.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니 상조회사로부터는 해약환급금이 불입액의 60%일뿐이라는 말만….

상조업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상조업체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조상품이란 한 달에 얼마씩 일정액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넣은 뒤 후에 결혼이나 장례 등 경조사가 발생하면 서비스를 받는 상품이다. 대부분 상조회사들은 결혼보다는 수익이 훨씬 많이 남는 장례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장례 상조상품 가격은 높아지고 있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속에서 우후죽순 상조회사들이 생겨나다보니 고객들은 상조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지난해 7년 동안 대구에서 상조업을 운영해 온 한 업주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채 폐업후 회원정보가 담긴 컴퓨터 하드웨어를 갖고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수사결과 이 업주는 고객들이 낸 회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을 닫고 축적한 회원 정보를 가지고 다른 사업체를 차리려다 덜미가 잡혔다.

이 회사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Y모씨는 "서민들이 치르는 장례 특히 가족의 죽음을 두고 이러한 장난을 친다는 게 분통이 터질 뿐"이라고 성토한다.

◆ 5년사이 피해접수건 14배 껑충

상조업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구제는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03년~2007년)간 상조업과 관련한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모두 1710건이었다. 2003년 58건에서 2007년 833건으로 1336%P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상담건수는 전체 접수건의 약 17%에 해당하는 293건만이 피해구제 접수처리가 됐다. 293건중 소비자원의 합의권고로 피해구제 처리된 건은 165건으로 56.3%에 불과했다. 접수된 피해의 대부분 사업자들이 합의권고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구제율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원에 상담접수된 청구의 주된 이유로는 계약해지에 따른 과다한 위약금 요구가 40.8%, 계약 해지 거절이 23.4%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일부 불법영업사례도 성행하고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명품관, 지하방, 공연방을 만들어서 '장례용품서비스'명함을 들이밀며 물품판매영업을 하는 사례도 늘면서 이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조업은 제도권 바깥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원의 힘만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상담전 가장 먼저 민원인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상조업은 보험과 다른 선불식 할부거래 형태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를 선도해야 할 대형업체인 'B'사나 'D'사 등의 소비자 피해건이 많이 접수되지만 이들 업체들은 민원해결에도 방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소비자피해다발업체 명단을 공개할 의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 업체들의 폭리 실태

이달 초 MBC의 프로그램 '뉴스후'는 ‘ 장례 토탈서비스 사실은'이라는 제하로 상조사들의 폭리실태를 고발했다.

상조서비스 이용 가입자들이 요즘들어 가장 많이 가입하고 있다는 월 3만원 10년 불입 360만원짜리 상품의 상조업체 원가를 이 프로그램은 산출했다.

서비스 품목인 수의와 오동나무 관, 리무진 서비스, 꽃 장식비용 외에 기타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장례용품을 더해 86만원, 도우미와 장례지도사 인건비를 합쳐도 최대 13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가를 제외한 230만원은 영업사원 수당 20~30%와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상조업체들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조업체들의 상품은 장례식장 음식값과 빈소사용료는 상품에 포함돼 있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또한 선불식 할부거래라는 점으로 인해 납입기간 도중 장례가 발생했을 때에는 잔금을 일시불로 지불해야만 한다.

반면 서울시 직영 서울의료원의 경우 화장은 보통 150만원, 매장은 300만원 미만에 장례 빈소사용료까지 포함돼 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은 시설사용비까지 다 포함된 가격이다. 상조회사에 360만원짜리에 가입해도 장소사용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상조회사 상품은 결국 400만원 450만원짜리 장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례로 장례용품 가운데 가장 금액이 큰 수의를 살펴본다. B상조는 명품수의(원사, 원산지 알수 없음), H상조는 대마 100% 최고급 수의라고만 게재돼 있다. 일반인들이 어떤 제품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상조회사 장례 대행업자는 "중국산 대마중 질이 좋은 것은 18만원선이면 최고급품 15만~17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최고급 유골함의 경우 벽제 화장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22만6000원이다. 하지만 벽제화장장 관계자에 따르면 "유골함 가격 기준으로 3만~5만원대에서 상조회사에 많이 가져간다"고 밝혔다.

관을 사용함에 있이서도 최근에는 화장을 많이 함에 따라 두께 1.8cm두께 오동나무관이 6만원이고 최고급은 16만원선이다. 상조회사가 대마 100%수의에 최고급 오동나무관을 제공한다 해도 매장시에는 가격이 50만원 미만 화장할 경우엔 30만원대로 다운된다는 것이다.

◆ 미흡하기만 한 피해 구제ㆍ대책

상조업은 제도권 바깥에 있어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우선 한국소비자원에 고발하는 방법이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지급결정을 내릴수가 있다. 그러나 실제 구제까지 이르는 경우는 앞서 살펴본 대로 흔하지 않다. 다른 하나는 민사소송을 통해서인데 기간의 장기화와 가입자 개개인으로 본다면 금액도 적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피해 예방차원에서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하다. 우선 지난해 12월 제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을 사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각 상조단체나 또 공정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표준약관을 확인해볼 수 있다. 현재 장례를 진행하고 있는지 해당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또는 문의를 통해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도 필수다. 이어 상조단체에 가입돼 있는지 또 그 단체에 문의를 해서 이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정위 약관은 권고사항이라 상조업들에게 구속력도 없고 준수의무도 없다는 점이다. 실례로 공정위 약관은 가입자들의 중도해지시 최대 80%까지 환급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상조업체들은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달 전국상조협회와 상조인엽합회와 회원사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법제화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상조업에 관한 법제화는 이번 제 17대 국회에선 더이상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 법제화가 본격화 될 것이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18대 국회에선 상조업체 설립시 엄격한 기준 및 요건을 규정하고 업체 도산시 소비자보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을 개정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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