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3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입력 2008-03-13 16:07 수정 2008-03-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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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분식, 경영권 위협에서 그가 찾는 해법은

1998년 최종현 회장의 별세로 30대 후반이란 젊은 나이에 SK그룹 총수자리에 앉게 된 최태원 회장. 재계 3위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지난해 7월 에너지 부문은 SK에너지로 분리)가 주주총회를 14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 핵심 안건은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안이다.

2003년 SK글로벌(현재 SK네트웍스)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가 폭로돼 그와 그룹의 명예는 떨어질대로 떨여졌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이어 최회장은 2005년 주총 당시에는 그의 도덕성을 발목잡은 소버린자산운용의 거센 맹공으로 경영권 수성에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그는 당시 백기사들의 원조로 위기를 모면해 SK그룹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었다.

3년이면 강산이 변하나. 최 회장에게는 이러한 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14일 열리는 이번 주총에서 상황은 최태원 회장에게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SK그룹은 최 회장 이미지 메이킹 홍보에 필사에 노력을 기울였고 그간에는 그의 행보의 걸림돌이 될 악재는 터지지 않았다.

현재 그에 대한 반대움직임은 찾아볼 길이 없어 이번 주총에서 그의 등기이사 선임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최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 아찔했던 그 시기

최태원 회장은 38세의 나이에 그룹 총수가 됐다. 당시로서는 20대에 한화그룹의 경영권을 맡은 김승연 회장에 이은 최연소 기록이었다. 그러한 그에게 절대절명의 위기가 닥친것은 2003년이었다.

당시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가 그것.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의 1조9000억 원의 분식회계가 자행된 게 게 검경의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최 회장은 잠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고 최종현 회장의 후배로 젊은 나이의 최 태원 회장 보필과 실질적으로는 SK그룹을 이끌었던 손길승 전 회장도 SK글로벌사태로 비자금 200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난 이후 경영일선에서 하차했다. 그의 근황은 그룹에서조차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SK글로벌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엔론사태와 비교하며 여러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2001년 15억 달러(1조4700억 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엔론의 최고 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은 지난해 10월, 종신형이나 마찬가지인 징역 24년4개월을 선고받은 것에 비하면 최 회장이 받은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이를 두고 소버린자산운용이 그의 도덕성을 걸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2005년 당시 SK㈜의 지분 14.98%를 확보한 소버린자산운용은 그해 3월 11일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의 경영 퇴진을 촉구했다. 소버린을 포함한 외국계 지분은 50%이상이었다. SK의 직접보유 지분은 소버린보다 2% 더 적은 13%에 불과했다. 최 회장에게는 위기중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펀드들의 국내 기업 사냥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인 시각이 최 회장에게는 커다란 힘이 됐다.

'죄가 있는 총수'지만 외국계 투기펀드 소버린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당위론을 얻은 것이다. 결국 그는 기관투자자와 국내 다른 기업의 지원을 업고 그해 주총에서 60.63% 찬성으로 최 회장은 3년 임기의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소버린은 같은 해 7월 SK 지분을 털어내 짐을 꾸렸다. SK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취약한 지배구조 해결 해법은

소버린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일까.

SK그룹은 지난 3년간 최 회장의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하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사내강의', '글로벌경영', '바쁘고 역동적인 모습의 CEO'등 그의 모습은 대외적으로 좋은 쪽으로만 비춰져 왔다.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 최 회장이 이번 주총을 겨냥한 이미지 미화에 주력한다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였던 SK㈜에 대한 그의 취약한 지분율에 대한 해법도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4월 SK그룹이 SK㈜를 지주회사제 전환 선언을 했지만 최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아직도 한참 모자란 상태다.

지난해 10월 SK㈜가 분할된 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에 대한 주식 공개매수에서 최 회장은 SK에너지 주식 전량을 SK㈜ 주식으로 전환, 지주회사 지배력을 종전의 0.97%에서 2.22%로 높였다. 지주회사 지배가 곧 그룹 전체 지배로 이어지는 지주회사제에서 지주회사 지분율 2.22%는 총수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최 회장이 SK C&C에서 찾았다는 게 재계와 증권가의 분석이다.

최 회장의 SK㈜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실탄을 늘려주는 동시에 순환출자 고리도 끊을 수 있는 SK C&C 상장설이 줄곧 거론돼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 C&C는 최태원 회장이 44.5%, 최 회장의 동생 최기원씨가 10.5%,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각각 30%와 15%의 지분을 가지는 등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00%의 기업이다.

SK그룹에 따르면 SK C&C는 계열사의 전산업무를 맡고 있는 SI(시스템통합)회사로 2006년말 SK C&C의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할때 그룹 관계사를 통한 수익비중이 약 60%로 특히 SK텔레콤을 통한 수익은 전체 수익의 약 35%선이다.

SK그룹 지배구조는 사실상 최태원 회장 → SK C&C → SK㈜ → SK텔레콤 →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SK C&C가 지난달 28일 SK㈜ 주식 19만9065주를 장내에서 매입해 지분율을 25.14%에서 25.56%로 높였다.

따라서 최 회장은 자신이 44.5%의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SK㈜ 지분 25.56%를 갖고 있어 경영권 안정을 꾀하고 있다는 풀이다.

SK그룹은 지주회사제 전환 선언 이전부터 SK C&C 상장을 통한 최 회장 지배력 강화 계획을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SK C&C가 지난해 2월 2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한 것에서 엿보인다. 주식 수를 미리 늘려 상장 과정에 대비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일부에서는 SK C&C가 상장될 경우 최태원 회장은 막대한 자산 이득과 동시에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 강화를 이뤄낼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SK C&C의 지분 44.5%를 가지고 있는 최 회장은 경영권 안정외에도 SK C&C의 상장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얻을 것이란 게 재계 일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그야말로 꿩도 먹고 알도먹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정거래 업무 등을 담당했던 윤진원 전 부장검사를 그룹 법무실장으로 영입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물량 지원 논란에 휩싸인 SK C&C 상장 과정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대해 SK측은 ""SK C&C의 상장 추진은 지주회자체제 전환체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우의 수중의 하나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 계열사간 지분정리 작업을 진행한다면 그와 함께 SK C&C와 SK텔레콤 간 거래관계 청산 등 SK C&C를 통한 최 회장의 회사기회유용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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