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 '鐵筋 大亂' 온다

입력 2008-02-22 12:09 수정 2008-02-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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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가 인상, 유통사 매점, 건설사 입도선매가 원인

지난해 이후 철근 가격의 꾸준한 상승에다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수입상들의 '사재기'가 더해지면서 4월 이후 철근 부족에 따른 '공급 대란'이 우려된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올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주택 건설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거푸집의 주 재료인 철근 확보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는 물론 유통업체들의 철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강사들의 철근 재고는 겨울철 비수기 적정 수준인 20만~30만t의 절반 이하인 10만t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월 설 연휴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10만t은 위험 수준”이라며 “추가 가격상승 전망에 따른 가수요도 철근 수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철근 재고부족은 자연스럽게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지난해 1월 t당 46만원(10mm 고장력 기준)이던 철근가격은 올 1월 60만원을 돌파했고 2월 현재 68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대비 무려 47.8%가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이처럼 철근이 부족해도 건설업체들은 다른 공급선을 찾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해외 수입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철근시장은 국내 철강사의 공급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 공급자 위주 시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근 단가가 인상돼도 이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고충도 커질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비수기라 수급이 어렵지 않지만 점차 공급량이 줄고 있어 봄철 성수기인 4월 경부터는 수급 불균형이 뚜렷히 나타날 것"이라며 "4월 이후 7~8월까지 철근 수급난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철근 가격인상->건설원가 상승->소비자 부담 증가->?

문제는 철근값 인상에 따른 건설 원가 상승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철근이 전체 건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 전후로, 올들어 전체 원가율이 1.5% 상승했다"며 "하지만 표준건축비는 인상되지 않아 그만큼의 손실을 업체가 부담하게 돼 부실화 우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업체, 중소형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철강업계가 관행적으로 철근 구매실적이 적은 업체에게는 고시 가격 이상의 웃돈을 받거나 담보물이나 선수금 등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건설사 사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철근 확보가 충분해 당장은 어렵지 않다"면서도 "철근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대형건설사들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같은 건설원가의 상승은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철강재 가격의 전반적인 인상 흐름 역시 철근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다음달 1일부터 열연강판 가격을 기존 t당 64만원에서 70만원으로 9.4%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t당 58만원에서 64만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올들어 벌써 두 번째다.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은 포스코의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미 이달 1일부터 열연강판 가격을 t당 58만원으로 6만원 인상한 바 있다.

조선용 후판 가격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 시세는 t당 최대 100만원까지 형성됐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t당 66만5000원에 묶여 있는 후판 가격을 공급업체인 포스코가 더 이상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22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주주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가격의 급등을 반영해 철강제품의 가격을 2분기 중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업체, "고철가격 상승으로 인상 불가피"

철강업체들의 철강재 가격 인상은 주로 고철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지난해 1월 t당 280달러(수입가 기준), 연말에도 t당 370달러선을 유지하던 고철 가격은 2월 현재 t당 490달러로 500달러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은 지난 1월 t당 6만원을 인상한 68만1000원(13㎜ 기준)에 거래되던 철근 가격을 재차 10%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가격이 760달러를 넘어서는 등 철강재 가격의 상승이 대세가 된 상황”이라며 “철근 가격 역시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근 가격 인상에는 철근 수입상들도 한몪하고 있다. 그동안은 중국산 철근이 국내산 대비 톤당 2~3만원 정도 싸게 시장에 공급됐지만 지금은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중국산 철근 유통가는 74만5000원으로 국내산(포스코 기준 약 69만원) 대비 5만원 이상 높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시장에서는 질 좋은 국내산을 오히려 중국산으로 속여 유통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流通 없는 유통업체, 고수익 노려 창고에 쌓아놔

철근 수입상들은 국내 철근 가격 상승과 건설업체들의 올 수요 확대를 감안해 중국 제조업체에 높은 가격에 수입오퍼를 내 일단 높은 가격에 수입하고 있다. 수입단가 상승은 당연히 공급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수입상들의 수입단가 상승과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입도선매가 철근가격 추가 인상과 구득난 심화의 요인이 될 것“이라며 ”건설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철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철근 수입상들은 가격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입물량을 유통시키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는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 철근 부족이 심회되면 시장에 비싼 값에 내놓고 고수익을 기대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철근 수입량은 11만6000t으로 전달 대비 46%가 늘었지만, 시중에 풀린 물량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체 황금ST 관계자는 “가격 인상도 인상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유통상들의 과도한 매점매석 행위와 이로 인한 수급불균형”이라고 지적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도 철근 매점매석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철근매점매석합동조사반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의 주요 철근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관계부처 합동조사를 벌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철근 생산 및 유통업체, 건설사 등의 매점매석 행위가 우려돼 재경부, 산자부, 건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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