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ECB가 완화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상황에서 테이퍼링 정책을 언급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신중 모드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드라기 총재가 ‘테이퍼링’이란 표현도 조심스러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이퍼링이라는 언급이 자칫 시장에 채권매입 프로그램 ‘종료’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CNBC는 관건은 ECB가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얼마나 줄이고, 이를 얼마나 지속할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즉 규모를 줄이되 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길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채권매입 연장이 끝나는 시점이 ECB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ECB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후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ECB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현재까지 2조 유로(약 2663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사들였다. 현재 ECB는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규모를 300억 유로까지 줄이되 자산매입 프로그램 가동기간을 내년 9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ECB의 첫 금리인상 시점은 2019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ECB가 채권매입을 6개월만 연장하면 첫 번째 금리인상 시점은 이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ECB가 향후 테이퍼링을 전개할 경우 채권 등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ECB의 양적완화 정책은 그간 채권 등 자산 가격을 뒷받침했다. 특히 ECB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유럽 주변국의 국채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 지난해 9월 1% 미만을 나타냈다. 2013년 5%가 훌쩍 넘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이야기다. 현재 스페인의 10년물 국채는 1.63%대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가 이러한 흐름을 역전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로존 경제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과의 금리 스프레드가 줄어들 것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