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2. 정화택주 왕도인(靜和宅主 王道人)

입력 2017-08-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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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귀의 참선수행… 최충헌 3번째 妻

정화택주 왕도인(靜和宅主 王道人·생몰년 미상)은 무인집정 최충헌(崔忠獻·1149~1219)의 세 번째 처이다. 최충헌은 처음 장군 송청(宋淸)의 딸과 혼인하여 2남 1녀를 낳았으나 송씨가 사망하였다. 그 뒤 최충헌은 장군 손홍윤(孫洪胤)을 죽이고, 그의 처 임씨(任氏)가 아름다운 것을 알고는 그녀와 혼인하였다. 다시 강종(1152~1213)의 서녀(庶女)와 혼인하니 바로 정화택주이다. 서녀란 왕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니라 궁녀나 기녀 소생이다. 어미의 신분이 양인일 수도 있고 천인일 수도 있는데, 택주의 경우 전혀 기록이 없고, 고려사 공주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고려시대 공주는 거의 왕실 내에서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 관례였기에 최충헌이 아무리 절대권력을 가졌다 해도 진짜 공주를 취할 수는 없었다. 이에 비록 서녀지만 그녀를 부인으로 취한 것 같다.

1214년 임씨와 왕씨는 각각 수성택주(綏成宅主)와 정화택주로 책봉되었다. 고려시대에 왕실은 다처제였지만 민간은 원 간섭기 이전에는 그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 최충헌의 두 부인이 모두 책봉을 받았다는 것은 둘 다 정식 부인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이며, 여기서도 거의 왕에 준하는 최충헌의 위세를 엿볼 수 있다.

왕씨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寺 慧諶)에게 간절히 구하여 ‘방하착(放下着)’을 화두로 받고는 열심히 참선 수행을 하였다. 방하착이란 ‘내려놓다’, ‘놓아버리다’라는 뜻이다. 사실 그녀만큼 번뇌 많은 삶도 흔치 않을 것이다. 가장 귀한 왕의 딸로 태어났지만, 어미의 신분 때문에 제대로 공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의 할아버지 명종은 1170년 무신란으로 정중부 등 무인들에 의해 옹립되었다가 1197년 최충헌에 의해 폐위 당했다. 아버지 강종은 명종이 폐위될 때 강화도로 내쫓겨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60세인 1211년에야 다시 최충헌에 의해 왕으로 옹립되었다. 그 사이 최충헌은 신종과 희종 두 명의 왕을 더 갈아치웠다.

이런 무시무시한 최충헌, 그녀 가족의 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최충헌과 그녀는 혼인하였다.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최충헌이 그녀 아버지 강종보다도 세 살 위였다는 점에서 나이 차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아들 둘을 낳았는데, 최충헌이 사망한 1219년 당시 차남이 출가하여 조계종 선사(禪師)였다는 점에서 최소한 1200년 이전에 혼인을 했을 것이다.

혼인 뒤 그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통,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그 남편을 죽이려는 시도 등 살벌한 권력투쟁을 매일 보며 살았다. 이는 수많은 번뇌를 낳아 그녀를 불교에 의지하게 했을 것이다. 진각국사비(眞覺國寺碑)에는 그녀가 ‘정화택주 왕도인(王道人)’이라는 이름으로 제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그녀가 참선수행을 계속하였고, 최충헌이 죽은 뒤 비구니가 되어 불교에 귀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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