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66. 대무신왕(大武神王)의 원비(元妃)

입력 2017-08-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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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왕자를 모함, 자기 아들을 왕으로 세워

고구려 대무신왕(大武神王)의 원비(元妃)는 성씨와 이름이 남아 있지 않다. 사료에 대무신왕의 원비로만 지칭되고 있는데, 원비는 현비(賢妃)니 숙비(淑妃)와 같은 후비(后妃)의 작호도 아니다. 여러 왕비 중 첫째라는 뜻일 뿐이다. 고구려는 부인을 여럿 둘 수 있었던 다처(多妻)사회로, 제3대 왕인 대무신왕도 여러 명의 왕비를 두었다. 원비는 그중 첫째 왕비였던 것이다.

다처제는 처첩제(妻妾制)와는 다르다. 처첩제에서 처와 첩은 사회적 신분이 다르며 위계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다처제 사회에서는 처(妻)들 사이의 사회적 신분이나 위계 차이가 크지 않으며 자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처(嫡妻)의 지위가 확고하지 못하다 보니, 부인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고구려에서는 투기를 간음보다 더 엄하게 규제하였지만, 법적으로 규제한다고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왕위 계승권이 걸려 있는 왕실에서는 자신의 소생을 후계 왕으로 하기 위해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곤 하였다.

대무신왕에게는 갈사국왕(葛思國王)의 손녀인 차비(次妃)가 있었다. 이 차비에게 호동(好童)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려서 얼굴이 곱고 아름다워 대무신왕이 사랑하는 아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을 정도로 총애하였다. 더구나 호동은 대무신왕의 오랜 숙원사업인 낙랑국 병합에 큰 공을 세웠다. 낙랑공주와 정략 혼인을 하여 외국 군대가 쳐들어오면 저절로 울리는 북, 자명고(自鳴鼓)를 없애게 하면서 낙랑을 멸망시킨 것이다. 호동왕자가 태자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원비는 호동왕자가 태자가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원비에게도 해우(解優)라는 아들이 있었다. 원비는 대무신왕에게 호동왕자가 자신에게 음란한 짓을 하려 한다고 참소하였다. 대무신왕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자칫하면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는커녕, 원비 자신이 투기죄로 처형될 수도 있었다.

그러자 원비는 울면서 왕이 몰래 살펴보라고 하면서 그런 일이 없다면 스스로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였다. 이 말에 대무신왕도 의심을 하게 되었고, 결국 호동왕자는 칼에 엎드려 자결하였다. 그리고 한 달 뒤 마침내 원비의 아들인 해우가 태자로 책봉되었다. 이 해우가 고구려 제5대 모본왕이다.

원비가 호동이 자신에게 음란한 짓을 했다고 음해했던 것이나 대무신왕이 이를 믿어 호동왕자가 자결에 이르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은 고구려에 취수혼(娶嫂婚)이라는 독특한 혼인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수혼은 형이 죽은 뒤 형수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의미이지만, 아버지가 죽은 뒤 자식이 친모 외에 아버지의 다른 부인과도 혼인할 수 있었다. 호동이 자신에게 음란한 짓을 하려 한다고 원비가 참소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취수혼을 하는 고구려에서 원비와 호동이 남녀 관계가 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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